사회
"포인트 환전 대신해 줘"…소개팅남은 왜 이런 부탁을 했나
입력 2022-03-23 18:04  | 수정 2022-03-26 14:4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30대 남성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메신저를 통해 B씨와 매일 대화를 나누며 호감을 쌓아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B씨가 포인트 환전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어느 채팅사이트에 결제해 둔 포인트가 곧 소멸된다는 이유였다. 사이트 운영 방침상 남성이라는 이유로 환불을 거부당했다며 A씨 명의로 사이트에 신규 회원 가입을 하면 자신의 포인트를 A씨에게로 옮겨 주겠다고 했다. B씨가 알려 준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사이트에 로그인해 3500만원을 충전한 정황과 3100만원의 잔액을 확인한 A씨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환전은 쉽지 않았다. 고객센터에서는 이미 사용한 400만원을 입금해야 3500만원으로 돌려줄 수 있다며 납부를 요구했다. 가입비, 수수료, 위약금 등이 추가되기도 했다. 번거롭게 해 미안하다며 환급금의 절반을 주겠다는 B씨의 약속을 믿은 A씨는 10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결제했다. 이후 B씨는 잠적했다.
온라인 소개팅·데이트 앱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신종 금융사기인 로맨스 스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랜 기간 친분을 쌓은 뒤 사기 행각이 이뤄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3일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포통장 공급책 A씨(40대) 등 16명을 구속했다. 또 현금 인출책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유령 법인이나 개인 명의로 개설한 대포통장 340여개를 메신저 사기 조직과 보이스피싱 조직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포통장에 입금된 범죄 수익 140억원은 이미 중국으로 송금된 상태다. 경찰은 체포 당시 이들이 가지고 있던 범죄수익금 1억6000여만원을 압수하고, 여죄와 함께 자금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환전 사기 조직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국제 공조를 통해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며 "소개팅·데이트 앱 이용자들이 늘면서 비슷한 사기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 피해 규모는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4년간 로맨스 스캠의 연도별 피해금액은 2018년 9억 3000원→2019년 8억3000만원→2020년 3억7000만원→2021년 20억7000만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가해자들이 해외 서버를 통해 사기 행각을 벌이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해도 돈을 되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관리와 상대의 신원 확인을 철저히 하고,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금전적인 요구를 절대 들어줘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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