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주식시장을 쳐다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난다. 비교적 우량 종목에만 투자했는데도, 수익률이 순식간에 반토막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오면서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이에 A씨는 "수익을 조금이라도 본 종목들을 중심으로 당분간 안전한 '파킹통장'에 맡겨 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주식·가상자산(코인) 등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시중에 '갈 곳을 잃은 돈'이 급증하면서 '파킹통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인 파킹통장은 잠시 차를 주차하듯이 언제든지 돈을 넣고 인출할 수 있다. 얼핏 자유입출금 통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하루만 맡겨도 쏠쏠한 이자를 챙길 수 있는 게 다른 점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토스뱅크 통장'은 1억원까지는 연 2%, 1억원 초과분에는 연 0.1%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 첫 이자를 하루 단위로 정산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매일 받은 이자가 잔액에 더해져 다시 이자가 붙기 때문에 복리효과를 취할 수 있다. 토스뱅크 앱에 접속해 '지금 이자 받기'를 누르면 매일 한 번씩 이자 수령이 가능하다. '지금 이자 받기' 기능을 이용하지 않으면 원래대로 월 1회, 매달 세 번째 토요일에 이자를 제공한다.
대출 이자는 매일 꼬박 계산되지만, 예금이자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 실험적으로 도전한 토스뱅크는 서비스 출시 이틀만에 66억5576만원(41만명)에 달하는 이자를 줬다. 41만명의 고객이 평균 1만6200원의 이자를 얻은 셈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고객 경험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금 통장으로 인기몰이 중인 케이뱅크의 '플러스박스'는 최대 한도 3억원까지 연 1.0% 금리를 준다. 원하는 용도별로 최대 10개까지 '통장 쪼개기'가 특징이다. 특정 요일이나 날짜를 정해 입출금 통장에서 플러스박스로 자동이체를 설정할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도 같은 개념의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를 운영 중인데, 최대 보관 한도는 1억원이며 금리는 연 1.1%다.
SC제일은행는 오는 31일까지 일복리저축예금에 1억원 이상~최대 20억원 규모로 가입하는 첫 거래 고객에게 신규일로부터 최장 60일간 매일 잔액에 대해 최고 1.3%의 특별금리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파킹통장 고객 유치전에는 저축은행도 가세했다.
BNK저축은행은 '타!이거 파킹통장'을 선보였다. 예치금액에 따라 500만원까지 최대 연 2.2%, 초과분에 대해선 0.7%의 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상상인저축은행의 '파킹통장 369 정기예금'은 복리식 이율 적용이 장점이다.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 가입 가능하고, 최소 10만원 이상 납입해야 한다. 연이율은 24개월 기준 최고 2.11%이고 가입기간은 최대 24개월이다. 영업점 전용 상품으로 분할해지는 3회까지 할 수 있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은 예치금 1억원까지 연 1.2%, 1억원 초과분에는 연 0.2% 금리를 쌓아준다. OK저축은행의 'OK읏통장'은 가입금액 제한 없이 3000만원까지 연 1.0%, 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연 0.1% 금리를 적용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킹통장은 예적금과 달리 수시로 추가 이체할 수 있고, 중도에 인출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다"면서 "월급통장에 마냥 묵혀두기엔 아깝고, 예적금에 장기간 묶어놓자니 부담스러운 단기 여유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은행 입장에서도 요구불예금이 쌓일수록 조달 비용이 적게 들어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개선 효과가 확연해 최근 고객 모시기 경쟁이 한창"이라면서 "당분간 파킹통장 수신액 증가세는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5대 은행의 총 수신 잔액은 2월 말 기준 1792조8602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4조3082억원 불어났다.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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