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팔아치우는 외국인, 이 종목만은 쓸어담았다
입력 2022-03-22 17:58  | 수정 2022-03-22 20:10
외국인 투자자들이 3월 들어 토털리턴 상장지수펀드(TR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TR ETF만 3개 상품이 포함됐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거센 매도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4월 분배금 지급을 앞두고 외국인이 수익률 방어를 노리고 분배금이 ETF 자산에 합쳐지는 TR ETF를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200TR'로 417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다음으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도 TR ETF인 'KODEX MSCI Korea TR'(2987억원)였다. 'TIGER 200TR'(1747억원)가 5위에 올랐다. 외국인의 이달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3개가 TR ETF인 셈이다.
TR ETF는 ETF가 담은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주식 배당금을 모아 투자자들에게 '분배금' 형식으로 돌려주는 일반 ETF와 구별된다. 분배금이 없기 때문에 배당소득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 ETF를 매도할 때까지 세금이 이연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배당소득세 대신 보유기간과세 대상에는 포함된다. ETF 매도차익과 과세표준기준 증가분 중 작은 값이 세금 부과 대상이 되는 식이다.
외국인들이 TR ETF를 선택한 이유는 배당 재투자로 자산이 불어나는 복리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월은 보통 분배금이 가장 많이 지급되는 때다. 3월에는 주주총회 시즌이 진행되는 만큼 배당금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온 상황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금 문제 역시 TR ETF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몰리는 배경이다. TR ETF는 절세 효과를 누리면서 배당 재투자로 꾸준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서다. 세금 비용은 최대한 줄이면서 배당에 따른 수익은 챙기고 싶은 외국인이 TR ETF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상승을 기대한 움직임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일반 ETF보다 큰 복리 효과가 TR ETF 장점인 만큼 장기투자 관점에서 적합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의 TR ETF 투자가 늘었다고 해서 이런 움직임이 장기 상승장에 대한 베팅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은 이달 들어 21일까지 코스피에서 5조1302억원을, 코스닥에서는 3577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단순히 효율적인 파생 상품 거래를 위해 TR ETF를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익률을 나눠 갖는 기준 중 하나인 '델타 원' 비즈니스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이런 거래에서 가장 껄끄러운 문제는 고객과 금융사 중 배당 권리를 누가 가져가느냐인데, TR ETF를 거래하면 배당에 대한 권리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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