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32억 김환기 '우주' NFT 경매에 2억원에 나온다
입력 2022-03-22 11:04 
김환기 `우주(Universe 05-IV-71 #200)`, 1971, 254x254cm [사진 제공 = 서울옥션블루]

132억원에 낙찰된 한국 미술 최고가 작품인 김환기의 '우주'가 NFT로 경매시장에 나온다.
서울옥션블루의 자회사 XXBLUE는 24일 오후 6시 김환기의 대표작 '우주'(Universe, 05-Ⅳ-71 #200)를 NFT 작품으로 제작한 '김환기 NFT : Digital Media Reproduction : KIM Whanki_Universe 05-IV-71'을 디지털 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NFT'에 경매로 출품한다. 환기재단으로부터 '우주' 작품에 대한 독점적인 저작권 사용을 정식 승인받아 제작된 첫 번째 김환기 NFT 작품이다. 총 3점이 출품되며, 시작가는 약 56이더리움(약 2억원)이다. 24시간 동안 경매가 진행되며 작품수가 작아 낙찰총액이 1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이 작품은 CGI(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LOCUS(로커스)와의 협업을 통해 원작 작품 속 소용돌이 형태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약 10만 개의 점들을 한 점 한 점 분리해 내는 섬세한 디지털 작업으로 작품 특유의 신비한 색채와 각각의 미묘한 변화를 살렸다. 특히 이번 경매는 LG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65인치 LG 올레드 에보(EVO) TV에 작품을 담아 낙찰자에게 제공한다.
1971년작 푸른색 전면점화 '우주'는 김환기 작품 가운데 가장 큰 추상화(254×254㎝)로 유일하게 두 폭으로 제작되어 자연의 서정과 광대한 우주적 공간의 신비스러움을 깊이 느끼게 하는 대작이다. 기량이 절정에 이른 작가의 말년 뉴욕 시대에 완성되어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2019년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화 약 131억 9000만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사상 첫 100억원대를 넘긴 작품으로 기록됐다.

경매에 앞서 이 작품은 다음달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보광동 가나아트 보광에서 'Binary Medium' 전시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관람객들은 LG 올레드 TV를 통해 김환기, 최울가, 이왈종, 유선태, 김남표, 지용호, 김선우, 장콸 등 국내 유명 작가 8인의 NFT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 NFT 시장은 최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가격 하락과 함께 주춤세를 보이는 점도 경매의 흥행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미술품 경매사 관계자는 "기존 작품을 NFT화 하는 것보다 NFT 환경에 맞는 작가가 출현해서 가치를 인정 받는 게 더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한국 미술의 대표작이 너무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된다"라고 말했다.
'우주'의 소장자는 재미교포로 알려져 있다. 김환기 작품의 저작권은 사후 70년이 지나지 않아 유족인 환기미술관이 소유하고 있어 동의를 얻으면 NFT 경매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한 대형 화랑 대표는 "소장자도 자신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니 좋아할 것"이라면서도 "해외 미술관들이 유명 작품들을 NFT화 할때는 저렴하게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본이 있는 작품이 2억원 대에 출품되는 건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 '키스'를 소장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벨베데레미술관은 디지털로 변환한 NFT 1만 조각을 개당 약 1850유로(250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원본이 있으면 진정한 NFT는 아니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NFT는 일시적인 유행이고 미술품이 아니며 과학이고 기술이다. 추후 거품이 꺼지고 거래가 되지 않으면 미술계를 욕할까 걱정된다. 김환기 같은 작가가 NFT의 상업적 열풍에 휩싸이는 게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는다. 미술의 가치는 금전적 가치보다 미학적·상징적 가치가 더 크다"라고 비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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