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기금에 4조 벌어줘 투자보국…국민과 성장과실 나눌 것"
입력 2022-03-21 18:00  | 수정 2022-03-21 19:12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 업계 최초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란 수식어에 걸맞게 '투자보국(투자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사훈을 되새기며 주주와 펀드출자자(LP) 모두에게 인정받는 가장 모범적인 투자 전문회사로 거듭나겠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65)이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여 년간 '티끌 모아 태산'을 쌓는 심정으로 일궈온 회사가 코스피 상장사로 이름을 올리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 회장은 국내 투자운용 업계의 산증인이다. 그가 설립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벤처투자 태동기인 1999년 '스틱IT벤처투자'라는 간판을 내건 1세대 벤처캐피털(VC)로 출발했다. 국내에 PEF 제도가 도입된 직후인 2006년부터는 PEF 운용업에 진출해 기업경영권 인수(바이아웃)와 성장자본(그로스캐피털) 투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6년 1400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스틱인베스트먼트의 PEF 운용 규모는 지난해 말 5조4000억원을 넘어서 국내 대표 PEF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창업 당시 혈기 왕성한 40대 초반의 청년 사업가였던 도 회장은 어느덧 머리가 하얗게 센 60대 초로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도 회장은 "남의 돈을 굴리는 일을 하다 보니 매사에 신중하고 자신에게는 더 엄격했던 것 같다"며 "거래 상대방과의 신뢰를 중시하고 투자를 결정할 때는 대박을 좇기보다 좀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 오늘날 스틱을 반석에 올려 놓은 원동력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회사를 설립한 후 PEF와 VC 펀드에 투자한 자금은 약 2조4700억원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 공제회 등 투자자들에게 되돌려 준 금액만 4조2300억원에 달한다. 원금 대비 회수율이 1.7배로 준수한 투자 운용 성과를 올린 셈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 모회사인 전기변환장치 제조업체 디피씨와 합병하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이름을 올렸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최초 PEF 운용사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디피씨의 전자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매각해 'PEF 전업집단'으로 분류될 요건도 갖췄다. 도 회장은 "주주들의 지속적인 요구도 있었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되기 위한 주변 여건도 무르익어 상장을 결정했다"며 "PEF 운용사로서 본업에 충실하고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PEF 전업집단으로 인정받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상장을 계기로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도 회장은 "해외 PEF들의 상장 사례를 참고해 주당 배당 수준을 높여 나가는 한편 회사의 주가 수준과 시장 상황을 감안해 필요시 자사주 매입도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스톤과 KKR, 칼라일, TPG를 비롯해 뉴욕증시 등에 상장된 유수 글로벌 PEF 운용사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일반 자산운용업 진출 등을 통해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하는 동시에 여러 주주 친화 정책에 매진해 타 금융업종 대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회장은 "실제 이들 PEF 운용사들의 주가는 2012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9배까지 상승했으며 대부분이 S&P500지수 대비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수년간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업종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높았는데 이는 PEF들의 주주 친화 정책과 성장성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라는 게 도 회장의 설명이다.
그동안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한 펀드의 LP로 참여해온 연기금, 공제회 등 유수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도 회장은 "투자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업적 시너지 효과가 큰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이자 사업적 파트너로 참여할 경우 스틱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관 출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자기자본투자(PI) 등에 활용한다면 자본 수익률이 높아져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장된 해외 PEF 업체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도 회장은 평소 투자업이란 결국 사람 장사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상장을 계기로 인재 확보에도 역점을 두려는 이유다. 대규모 생산설비와 인적 자원 모두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과 달리 인적 자원의 우수성이 경쟁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용업의 특성상 보상 강화로 우수 인력을 영입하고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경영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도 회장은 "PEF 운용업에 있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여러 주체에게서 자금을 위탁받아 투자에서 회수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실행하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핵심 과제"라며 "우수 인적 자원에 대한 보상 강화는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성격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재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효율적인 내부 운용 프로세스와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우수 인력 활용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스틱도 이들에게 합리적이고 경쟁력 있는 보상을 하기 위해 독자적인 보상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상장을 계기로 사업 다각화도 모색할 방침이다. 도 회장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기존 사업 부문의 시장의 수요가 있는 여러 유관 부문으로 사업 영역 다각화를 추진하겠다"며 "주력 사업인 PEF와 VC 부문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감과 동시에 최근 진출한 부동산·인프라 분야에 박차를 가하고, 연내 사모대출펀드(PDF)를 포함한 신용 사업 부문 신설을 마무리하는 등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도 회장은 "국내외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서 입지를 굳히는 게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 도용환 회장은…
△1957년 경북 경산 출생 △경북고, 고려대 경제학과·경영대학원 △1982~1987년 제일종합금융 △1987~1989년 신한종합연구소 △1990~1996년 신한생명보험 투자운용실장 △1999년 스틱IT벤처투자 설립 △2008~2011년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2011년~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강두순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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