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나도 갈아타야 하나"…고정금리 주택대출 비중 2배로 급증
입력 2022-03-21 17:40  | 수정 2022-03-21 19:36
직장인 A씨(42)는 올해 초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을 알아보던 중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사이에서 고민하던 끝에 5년 금리 고정형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고정금리 대출은 연 4%대 초반으로 변동금리보다 0.4%포인트가량 비쌌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이상 급격히 상승한 가운데 앞으로도 대출금리가 더 오를 수 있어 A씨는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대출금리가 연일 상승하며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릴 때 고정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지난 1월 신규로 주택 관련 대출(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모두 포함한 대출)을 받은 사람 중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 비중이 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출을 제외한 은행의 고유 주택담보대출 상품 신규 취급 건수 중 고정금리대출과 혼합형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주택담보대출 월별 현황을 살펴보면 작년 4월 이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10% 안팎에서 맴돌았고, 11월엔 7%까지 떨어졌다. 이후 12월엔 11%로 다소 반등하더니 올해 1월 2배로 치솟았다. 금액 기준으로 살펴봐도 작년 11월 고정금리 비중이 7%에서 올해 1월 24%로 상승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며 금리 상승이 예상돼 소비자들 선호가 고정금리 대출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정금리 대출과 변동금리 대출 간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원인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4대 시중은행에서 취급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78~4.28%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3.86~4.53%인 것을 감안하면 두 상품 간 대출 격차는 0.08~0.25%포인트다. 시중은행이 금리 하락 리스크를 반영해 고정금리 대출금리를 더 높게 산정하지만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고정금리 대출이 소비자에게 이익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난 또 다른 원인은 대출 실행 직후 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주택담보대출 중 신규 실행된 고정금리 적용 혼합형 대출은 8466건으로 전달(4957건) 대비 71% 늘었다. 이 상품은 3년 또는 5년간은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엔 6개월씩 금리가 시중 금리에 맞춰 변동되는 구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실행 이후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돼 혼합형 주담대의 경우 고정금리 기간이 지난 이후 금리 하락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수요는 작년 8월 이후 확연히 감소한 모습이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 관련 신규 취급 건수는 작년 8월 8만802건에서 올해 1월 5만5338건으로 약 32% 감소했다.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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