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운전자보험 가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손해보험회사(이하 손보사)가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 한도를 대폭 올려 우려를 낳고 있다.
관련 한도를 높이면 운전자보험 가입자에게는 만약의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합의금 조장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이 판매하는 운전자보험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의 가입 한도가 커지고 있다. 기존 담보에 보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현재 최대 2억원까지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보장한다. 기존 담보에 보장을 추가하면 금융감독원의 상품 심사 대상에서도 빗겨갈 수 있다.
업계 삼성화재는 현재 1억3000원 한도로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보장하며, KB손해보험은 1억5000만원 한도다. 관련해 롯데손해보험은 2억원 한도까지 보장해 업계에서 가장 높은 한도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최대 3000만원 한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에서 7배 가량 한도가 커진 셈이다.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은 운전 중 교통상해사고로 피해자를 사망 또는 부상을 입힌 경우 형사합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해 주지 않는 형사적, 행정적인 책임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손보사들이 공포마케팅을 벌이면서 운전자보험 가입은 늘어나는 추세다.
민식이법은 지난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 군(9)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발의됐다.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위반으로 만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게 골자다.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운전자보험에 가입해 신호위반, 속도위반, 중앙선침범, 역주행,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위반 등 중대법규위반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42일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 형사합의금 지급 요건이 된다.
롯데손보 기준으로 보면 42~69일 진단시 시 2000만원, 70~139일 진단 7000만원, 140일 이상 진단 1억2000만원, 사망 시 2억원 한도며, 정액이 아닌 실제 합의금 기준으로 형사합의금을 지원한다.
운전자보험의 보장이 커지는 것은 가입자로서는 적은 보험료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보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어 장점이 크지만, 결과적으로 교통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에서 형사합의금 보장이 크게 확대되면 이를 이용해 합의금을 많이 받는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다"며 "업계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촉발할 수 있어 사회적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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