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거래량이 줄어드는 관망 장세에서도 조금씩 가격이 상승하는 강보합 형태로 시장 매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 초 새 정부 출범 이전까지 아직은 정책 방향이 불투명하지만 규제 완화를 내건 윤석열 당선인의 이른바 '허니문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본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규제 완화 기대감에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할 것이지만, 금리 인상 우려로 매수 관망세 또한 이어져 거래 증가 없이 호가 상승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역시 "다양한 공약이 나올 것을 감안하면 지방선거 전까지 강보합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노지영 더피알 이사는 "서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할 것이며, 지방선거 전까지는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선거 전까지 강보합이 이어지더라도 지역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가장 큰 변수는 정책 변화·실행 속도와 금리 인상 여부다. 연말까지 시장 주요 변수들을 묻는 질문에 8명 모두 정책 변화 진행 상황을, 8명 중 6명은 금리 인상 여부를 함께 꼽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윤 당선인 공약 중 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많아 정책을 실시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실행도 시장 파급 효과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 사례를 볼 때 통상 대출금리가 6%를 넘어가면 다른 규제들을 풀어줘도 매수세가 늘지 못했다"며 대출금리 인상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시장 상황이 변하지만 8명 모두 무주택자는 청약 등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 규제 완화 등을 고려해 매입 관점에서 봐야 하고, 아파트 분양 시장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청약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영향 등으로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는 만큼 무주택자들이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주택자들은 시장이 급등·급락 시기가 아닌 지금이 갈아타는 데 적기라는 분석들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시장이 양극화될 것을 감안해 역세권, 대기 수요가 풍부한 상급지 등으로 갈아타라"고 충고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규제 완화를 감안해 1기 신도시 지역 등 재건축, 리모델링 중심 지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전문가 8명 중 6명은 세제 완화 등이 현실화될 때를 기다렸다가 '똘똘한 한 채'를 제외하고는 매각할 것을 권유했다. 장기적으로 수년 후 서울과 수도권에 아파트 입주 물량이 다시 늘어날 것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현재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선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떨어졌다. 하락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이전 주 하락폭(-0.02%)과 같은 수치를 기록하며 더 이상 하락폭이 확대되지 않았다. 특히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은 서울 노원구(-0.02%→-0.01%)·양천구(-0.01%→0%)와 경기 고양시(-0.02%→0%) 등은 하락폭이 줄거나 보합으로 전환됐다. 또한 3월 2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5를 기록해 지난주(87)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상승세다.
부동산원 매매수급지수는 전국 2만2700여 개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현재 매수자와 매도자 중 누가 많은지 등을 질문해 조사·분석한 수치다. 100 이하면 매도자가, 100 이상이면 매수자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아직 수치가 100을 넘진 못했지만 매수자가 점차 늘고 있는 분위기로 분석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0%→0.01%)과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0.01%→0.02%)에서는 지난주(18일 기준) 아파트 호가도 상승했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