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기자들과 직접 만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적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경우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 이후 진행된 질의 응답 시간에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할 경우 공약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의 경우 여론에 따라 하는 것보다 정부를 담당하는 사람의 철학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집무실 이전 추진이 너무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직접 나서 설명을 드리게 된 것"이라며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고 국립공원화 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지지를 많이 보내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청와대에 들어 가면 여러 바쁜 일로 다시 나오는 것이 힘들 것이기 때문에 저는 청와대에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며 "청와대는 조선 총독 때부터 100년 이상 사용해 온 제왕적 권력의 상징으로, 이 장소를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국민과의 소통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의 1층에 프레스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기자들과 소통하겠다며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국민 여러분께 설명이 필요하고, 한 분 한 분 뵙기가 어렵다면 기자분들과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과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와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청와대 건물과 부지는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 전면 개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윤 당선인 주요 일문일답 내용.
◇새 용산 집무실에서 언제부터 근무하나//5월10일 취임식 마치고 바로 입주해 근무를 시작하겠다.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소요되는 총 비용은 얼마로 추산하나//기재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를 합참건물로 이전하는데 118억원, 집기 취득하고 건물 리모델링하는데 252억원, 경호처 이사비 99억9700만원,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및 경호시설 만드는데 25억 등 총 496억원으로 이를 위해 예비비를 신청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한남동 공관에 머물면 출퇴근시 교통통제로 시민들이 불편할 것 같다//교통통제하고 이동하는데 3~5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면 큰 시민불편은 없을 것이다.
◇국방부 이전으로 군 전용 통신망 등 와해될 우려가 있다. 군사 기능 공백에 대한 해결책 있나//군 주요시설을 이전한다고 국방에 공백이 생긴다면 군사시설은 어디 한군데 만들어놓으면 이전이 불가하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빠르게 효율적으로 이전해 안보태세에 지장없도록 할 계획이다.
◇외국 귀빈들 접대하던 청와대 영빈관 기능을 할 장소는 어디인가//미국 워싱턴에 있는 블레어 하우스 같은 걸 시민공원쪽에 건립하는 방안이 있다. 외국 귀빈 모셔야 되는 일이 있으면 공원은 개방하더라도 해당 건물은 국빈 만찬 같은 행사할 때 쓸 수 있지 않겠나.
◇취임전 집무실 이전을 마치려면 현 정부와 협의가 되어야할텐데//예비비 문제나 집무실 이전 문제는 인수인계 업무의 하나로 보고 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다.
◇집무실 이전하면 현재 진행중인 용산 개발에 영향없나?//국방부 인근은 원래부터 군사시설보호구역에 의한 제한을 받고 있고 그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 신축 등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거다. 추가적인 제한은 없다.(따라서 용산 개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 경호 시스템도 바뀌게 되나//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경호체계도 좀 바꿀 생각이다.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과 공간을 국민들이 산책 나와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정신적인 교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국방부 청사의 남는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나//청와대 직원 수는 줄이는 대신 외부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남는 공간에는) 민관합동위원회 사무국과 회의실을 많이 만들 예정이다.
◇대통령 집무실 명칭은 뭘로 정할 것인가?//좋은 명칭 있으면 알려달라. 국민공모 하겠다.
◇미국은 펜타곤과 백악관이 분리되어 있다. 국가 안보에 중요한 시설이 한군데 모여 있으면 안보가 취약해지는 것 아닌가//국방부는 기본적으로 정책기관이고 전시지휘는 대통령과 합동참모본부가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국방부도 과천 등 넓은 장소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들이 있다.
◇선거 과정에서 소통을 굉장히 강조했는데 집무실 이전에 대해 여론이 안 좋으면 철회할 계획이 있나//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제 공약을 많은 국민들께서 좋아하셨을뿐 아니라 이런 부분은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고 본다.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한다는 우려도 있는걸 알기 때문에 오늘 직접 나서서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는거다. 또 청와대에 들어가 근무를 시작하면 바쁜 일들 때문에 이전 문제를 신경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