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홈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싱글몰트 위스키'가 대세로 떠올랐다. 국내 수요가 급등했지만, 국제 물류대란이 이어지고 있어 곳곳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위스키 수입량은 1만5661t으로 집계됐다. 한 해전 1만5922t보다 1.6%가량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32.4% 늘어났다. 2020년 1억3246만달러였던 위스키 수입액은 2021년 1억7534만달러로 증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위스키 수입량은 줄었는데 수입액이 늘어난 이유가 싱글몰트 위스키의 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인 싱글몰트 위스키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는 단일 증류소에서 몰트(맥아)를 이용해 만든 위스키다.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섞어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만들기도 까다롭고, 생산량도 적어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 그 대신 희소성과 특수성이 장점인 술이다.
위스키 마니아들은 자신에게 꼭 맞는 맛과 향을 찾아내는 걸 싱글몰트 위스키의 재미로 꼽는다. 한 30대 소비자는 "증류소나 숙성 방법, 숙성연도 등에 따라 맛과 향이 다양해 마실 때마다 새로운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도 이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의 다채로움이 MZ세대 소비자에게 유독 인기 있는 이유라고 보고 있다. 시중 공급량이 많아 쉽게 접하는 블랜디드 위스키보다 낯설고 새로운 품종을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IWSR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위스키로 꼽은 '주라'. [사진 제공 = 제이트레이딩컴퍼니]
마니아들이 입문용 싱글몰트 위스키로 꼽는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산'의 경우 시중가가 12만원 안팎에 형성돼있다. 이 위스키의 가격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7만원대였는데 수요 부족과 현지 생산량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이 위스키를 사고자 '오픈런'을 하기도 한다. 올해 초 코스트코가 '발베니 12년 700㎖' 선물 세트를 저렴하게 출시하자 전국 코스트코 매장에는 행사 당일 개장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발베니'와 '맥켈란', '글렌피딕' 등 대중적인 제품도 인기지만, 최근 들어 인기가 급상승 중인 품종도 있다. '달모어'와 '탐나불린', '주라' 등이 대표적이다.
'달모어'와 '탐나불린'의 경우 코스트코가 지난해 12월 행사를 했을 당시 단기간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동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코스트코가 준비한 물량은 '달모어 12년 셰리 캐스크' 3000여병, '탐나불린 더블캐스크' 2000여병었다.
'주라'의 경우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제품이나, 마니아층 소비자들이 판매처를 수소문해 다닐 정도로 인기다. 주류판매분석업체 IWSR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위스키로 '주라'를 선정하기도 했다.
외식업계에서도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인지하고 싱글몰트 위스키 발주를 늘리는 추세다. 한 대형호텔 연회장 관계자는 "전에는 발렌타인이나 조니워커 등 블랜디드 위스키가 가장 잘 팔렸지만, 최근엔 싱글몰트 위스키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마시는 방법도 예전처럼 온더락이나 스트레이트뿐만 아니라 니트, 미즈와리, 하이볼 등 다양해지고 있다"며 "바에 서 있다 보면 싱글몰트 위스키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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