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청와대 '풍수 논쟁'에…국힘 "尹 자택, 삼풍 백화점 무너진 자리"
입력 2022-03-18 08:42  | 수정 2022-03-18 08:43
(왼쪽부터)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1995년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중간 부분이 푹 꺼져버린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 사진=연합뉴스
與 “집무실 이전, 풍수가 자문 때문인가”
‘MB맨’ 이재오 “용산 이전 시 풍수지리 믿는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서울 용산 집무실 이전 추진이 ‘풍수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풍수가 자문에 의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 측은 조악한 무속 프레임이 시작됐다”며 맞받아쳤습니다.

풍수적으로 좋아” vs 용산, 대통령이 가면 안 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인 측이 용산을 대통령 집무실로 논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풍수에 대한 여러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윤 비대위원장은 1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일설에는 풍수가의 자문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용산 땅은 대한민국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용산을 ‘오욕의 역사가 있는 땅이라고 표현한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용산을) 싸잡아 비하하신 것이라면 당장 용산 주민들에게 사과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우리 대통령이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꼭 가야겠느냐.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애초에 청와대 부지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조선총독 관저가 있던 곳”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하려는 모든 일을 반대하고자 선거 끝난 다음에도 저열하게 나오시나”라고 반박했습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강연 차 국방부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제가 태어나서 봤던 뷰 중에 제일 좋았다”며 저는 풍수지리를 잘 모르겠지만 ‘이런 데 대통령 집무실 같은 거 있으면 정말 좋겠다. 거기에 왜 국방부 장관이 앉아 있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청와대 위치에 대해 왼쪽에 언덕이 있고 오른쪽에 인왕산이 있어 수비하기에는 좋은 형세이기는 한 것 같다”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본다면 (용산으로) 옮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 사진=연합뉴스

반면 같은 당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집무실 이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누가 봐도 용산으로 간다는 것은 풍수지리설을 믿는 것”이라며 이달 초까지 내내 광화문을 노래해 놓고 느닷없이 무슨 용산? 말이 되는 이야기냐”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상임고문은 개인 살림집 옮기는 게 아니라 나라의 대통령의 집무실을 옮기는데 무슨 풍수지리설 따라가듯이 용산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용산 일대는 정말로 대통령이 가면 안 될 자리”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그는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로 용산은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라며 오히려 ‘제왕적 권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윤 비대위원장과 같은 맥락으로 역사적으로 볼 때 용산은 1882년에 임오군란 때 일본군의 공관 수비대 주둔부터 조선군 주차사령부, 일본군 전시사령부, 일본군 사령부 등 뼈아픈 곳”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힘, 풍수 프레임 견제…아귀 안 맞아”

윤석열 당선인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물 전경.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측은 청와대 용산 이전 논의가 풍수 프레임에 갇히자 즉각 반발했습니다.

대선 기간 동안 국민의힘 선대본 청년보좌역을 맡았던 박민영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용산 이전을 풍수지리설로 엮으시는데 당선인님 거주하시는 아크로비스타 위치가 삼풍백화점 무너진 자리라는 건 아시려나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터 하나 때문에 청와대 이전을 하는 사람으로 몰아가기에는 아귀가 안 맞다”라며 인수위 꾸려지기 전부터 빈집털이로 여론몰이 좀 해보려는 모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신은 좀 나시겠으나 시작부터 발목 잡는다는 오명만 뒤집어쓴 채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잘 숙지하시고 자중하시는 게 어떨까 싶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윤 당선인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 ‘아크로비스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 자리입니다. 무단 설계 변경이 붕괴사고 원인으로 지적된 삼풍백화점은 지난 1995년 6월 500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이에 풍수지리를 생각했다면 사고가 난 곳에 거주하는 건 이치 맞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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