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미국 제2공장을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17일 밝혔다. 현지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큰 폭으로 성장하는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연 8억5000만개 라면 제조 역량을 갖추게 된 농심은 2025년까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작년 매출의 2배인 8억달러(약 1조원)를 미주지역에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을 넘어 중남미 까지 공략해 수년 내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절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농심의 여섯번째 해외 공장인 미국 제2공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랜초 쿠카몽가에 위치한 LA 공장(제1공장) 바로 옆에 약 2만6800㎡(8100평) 규모로 지어졌다.
제2공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에 최적화된 제1공장과 달리 주력 상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고속 라인 공장'이다.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육개장사발면 등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소수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제2공장은 연 3억5000만개의 라면 생산 능력을 갖춰 제1공장과 합쳐 연 8억5000만개의 라면을 만들 수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생산 물량까지 미국시장에 공급할 만큼 기존 공장의 생산 능력이 포화상태였다"며 "제2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공급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라면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힘입어 농심은 북미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 오른 3억9500만달러(4800억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신기록 달성의 일등 공신은 신라면이고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블랙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해 전년 대비 25% 성장하며 3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경쟁 제품인 일본 라면에 비해 6배가량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찾는 미국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켰다고 회사는 보고 있다. 2020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라면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미국에서 확산 중인 비건 트렌드에 발맞춰 비건 라면 판매에 힘을 실은 것도 효과를 냈다. 기존 비건제품 '순라면'을 기반으로 2020년 '순라면 미소&두부'와 '순라면 칠리 토마토'를 내놨고, 2021년에는 '비건 신라면'을 출시했다. 비건 라면 매출은 지난해 33% 성장한 1260만 달러를 기록했다.
농심은 공장 증설로 상승세를 탄 라면 수요를 맞추면 앞으로 매년 20%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2025년 미주법인에서 8억 달러의 매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2공장 가동으로 북미를 넘어 중남미 시장 진출에도 힘을 싣는다. 우선 1억3000만 인구에 라면시장 규모가 연 4억달러에 달하는 멕시코를 첫 타깃으로 삼았다. 멕시코 라면 시장은 현재 일본 저가 라면이 장악했지만 농심은 수월하게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국민 대다수가 매운 맛을 좋아하고 이미 온라인상에서 멕시코식 스튜 '비리아'를 접목한 신라면 레시피가 유행하는 등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을 시식해 본 멕시코인들은 일본 라면보다 훨씬 더 맛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멕시코 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 활동을 펼쳐 5년 내에 톱3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 수년 내 회사 전체 매출 중 해외의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라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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