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한 악기만을 다루는 음악가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천부적인 재능을 알고 시작한 경우에도 같은 일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작이 타의에 의한 것이라면 그 고충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처음 활을 잡았을 때는 정말 싫었어요. 버거웠던 거 같아요.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운동 선수를 꿈꿨었거든요. 가만히 앉아서 저보다 큰 악기를 몸에 기대고 팔만 휘젓는 것 자체가 답답했었던 것 같아요."
첼리스트 박유신(32)은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한때 바이올린도 배웠다. 하지만 그가 평생 안고온 악기는 첼로였다. 13살 때 처음 움켜진 첼로는 체구가 작았던 그에게 불편하기만 했다.
"부모님께서 첼로 선율이 가장 듣기 좋으셨나봐요(웃음). 입시 준비하는 6년 동안은 '이걸 왜 해야하나'는 생각만 했던 거 같아요. 그냥 해야하니까 했던 것 같아요. 대학에 들어가고서야 내가 진짜 음악을 사랑한다는 걸 알게됐죠."
박유신은 지난 11일 발매한 첫 솔로 음반 'Dichterliebe(시인의 사랑)'에 첼로 선율로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담았다. 한국에서 첼로로 이 곡을 녹음한 음반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곡을 좋아한다는 박유신은 슈만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5개의 민요풍 소품과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제1번 마단조도 음반에 담았다.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가곡을 첼로로 표현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시인의 사랑'과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감정을 만들었죠. 코로나19 때문에 녹음이 미뤄졌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곡에 더 심취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은 거 같아요."
성격유형검사(MBTI)에서 외향적이면서 열정적인 성향으로 분류된 박유신은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과 '포항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박유신은 첫 앨범 발매를 기념해 부산 부산문화회관 챔버홀(19일)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22일)에서 독주회를 연다.
"이번 앨범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사랑'인 거 같아요. 슈만이 결혼하기 직전 가장 사랑에 빠져있을 때 쓴 곡이기도 하고요. 음악을 사랑하는 제 마음이 담긴 앨범과 공연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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