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주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마리우폴의 민간인 피해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러시아군이 "어린이들(дети)"라는 단어를 건물 밖에 새긴 민간인 대피처에도 포격을 가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갇혀있는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처인 시내 극장을 폭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극장에는 러시아의 폭격을 피해 수백명의 현지 주민이 대피해있었는데 이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시내 중심부에 있는 극장을 의도적으로, 냉소적으로 파괴했다"라며 "러시아군의 전투기가 마리우폴 주민 수백명이 숨어있는 건물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현지 사진을 보면 공격을 당한 극장 건물은 일부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내부에 있던 민간인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파블로 키릴렌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주지사는 "폭탄 대피소 입구가 건물 잔해로 막혀 대피자들의 운명을 알 수 없다"며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거기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들도 그곳에 민간인만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위성정보업체 막사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지난 14일의 이 극장 건물 위성 사진을 보면 건물의 앞뒤로 러시아어로 된 "어린이들"라는 단어가 보인다. 극장 건물 정문과 후문 앞의 개방된 공간 바닥에 글자를 쓴 것이다. 전투기의 폭격을 막기 위해 이 건물 내부에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한 의도로 추정된다.
당국은 정확한 사상자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마리우폴 시청 관계자는 "거기에 천명 이상이 숨어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폭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구조대가 도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극장에서 불과 4km 떨어진 야외 수영장도 폭격을 당했다. 마리우폴 시청은 이 건물에는 군인 없이 여성과 어린아이들만 숨어있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은 지난 1일 러시아군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보름 이상 러시아군의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마리우폴은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군사적 요충지로 꼽히고 있다.
마리우폴에는 40만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었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현재까지 2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식수, 난방, 전기 공급이 끊기고 외부와 단절된 상태가 보름 이상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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