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빚어진 시장 불안속에서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 투자가 등이 유사시에 '리스크 회피'를 위해 엔을 구매하던 현상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엔화는 달러당 114~115엔 수준이었으나 지난 15일에는 한 때 118엔 중반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7일부터 약세가 가속됐고 최근 1주일간 3엔 가량 하락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9월부터 3개월 간 엔화 가치가 달러당 20엔 가량 오르기도 했다. 시장이 불안할 때 일본의 투자가 등이 방대한 대외자산을 엔화로 피난 시키는 '리스크 회피 엔 구매'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시장 불안에도 리스크 회피 엔 구매 현상과 엔 강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안전통화'로서 엔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이런 배경에는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수급면에서 엔 구매로 이어지기 어려운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1조1887억 엔 적자였다. 해외진출 기업이 늘면서 달러로 벌어들인 수익을 엔화로 바꾸는 규모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값 상승이 나타난 가운데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무역수지 적자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월 일본의 무역수지는 6683억 엔 적자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도쿄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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