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수연 네이버 CEO 취임 일성…"CEO의 E는 인에이블링·임파워링"
입력 2022-03-14 13:34  | 수정 2022-03-14 22:06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 제공 = 네이버]

네이버가 '80년대생 CEO'인 최수연(41) 대표이사를 새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했다. 인터넷 포털 1세대인 한성숙 대표가 물러나고 모바일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젊은 최 대표로 리더십 교체가 이뤄졌다. 최 대표는 라인·웹툰·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도록 신사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어 개최된 네이버 이사회에서 최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지난 20년간 주주들의 아낌없는 지지로 네이버는 검색, 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 리더십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인터넷 역사에서도 매우 드문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업 영역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성장 속도를 높이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사업 간 융합을 실험하며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만들어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가치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이날 직원들에게 첫 공식 이메일을 통해 대표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처음 제시했다. 가장 먼저 과감하고 열린 소통을 다짐했다. 그는 "그동안 공식 행보를 보이기 어려웠지만 앞으로 여러분이 귀찮게 느낄만큼 자주 인사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젊은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인 인사·처우 제도 대해선 "구성원의 성장이 곧 회사와 서비스 성장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설계하겠다"고 했다. 또 "가파른 네이버 성장과정에서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CEO의 역할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기회와 조직 서비스 사업들을 잘 연결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CEO의 'E'는 Executive(명령·실행)가 아닌 Enabling·Empowering(권한 위임)으로 해석하고 업무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자신의 이메일에 대해 "네이버와 직원들을 향한 열렬한 팬레터"라고도 했다. 젊은 CEO답게 '웃음' 이모티콘을 써서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채선주 전 네이버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를 두고 IT(정보기술)업계에서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채 이사는 작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네이버 개발자가 사망했을 당시 인사·직장 문화 관리 업무을 총괄한 CCO였는데 다른 C레벨 임원과 달리 유일하게 사내 이사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까지 나서서 기존 C레벨 리더를 포함해 새로운 조직체계와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며 경영쇄신을 약속했다. 그 결과 최인혁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퇴했고, 박상진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한성숙 최고경영자(CEO)도 조기 퇴진 결정을 내리고 유럽 사업을 맡기로 했다. 반면 채 이사는 CCO자리에선 물러났지만 유일하게 '중책'인 본사 이사회 구성원에 이름을 올렸다.
IT업계에 따르면 작년 네이버 노동조합 등의 자체 조사 결과 이 사건 피해자 등 관련 직원들은 가해 임원의 폭언 등을 회사에 수차례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총이 열리기 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CCO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일부 임직원들은 주주 의결권으로 온라인 주총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뒤 '투표 인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직장내 괴롭힘 대책 등 경영 쇄신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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