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눈이 침침해진 백 모 씨는 동네 안과에 들렀다. 의사는 시력 저하에 가벼운 백내장 증세가 보인다며 안경을 새로 맞추고 백내장 약물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불안해진 백 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유명 연예인이 '백내장 부작용 0%' 라고 광고하는 서울 강남의 A 안과의 홍보글을 보고 전화를 걸어봤다. 상담 직원은 "실손보험이 있다면 간단한 시력 개선 목적의 렌즈삽입술을 한 뒤 수술비는 실손보험 청구해서 돌려받고,별도로 사례비 1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매년 수조원대 실손의료보험 적자로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급증하는 백내장 수술이 적자 주범으로 떠올랐다. 백 씨 사례처럼 일부 안과가 800~1000만원에 달하는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사례금을 준다면서 불법으로 환자를 모으고, 일각에서는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까지 수술을 받게 하는 등 불법 의료행위가 판치고 있다. 참다못한 보험사들이 '수상한 백내장 수술'을 하는 병원들을 당국에 고발하고 나섰다.
KB손해보험은 14일 백내장 수술 환자를 모으기 위해 과장·허위 광고를 낸 안과 병·의원 55곳을 불법 의료광고, 불법 환자유인 등의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이 중 25개 병·의원은 관할 보건소로부터 불법 광고 삭제 및 수정 등 행정 조치가 내려졌으며 나머지 병·의원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KB손보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과다 안과 병·의원을 자체적으로 분석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55곳을 추출했다"면서 "이 병·의원들에 대해 현장 채증 및 홈페이지를 통해 위반 사항을 확인한 후 2021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과장·허위 광고, 불법 환자유인 등의 혐의가 있는 안과 병·의원을 관할 보건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불법행위는 다양하다. '부작용 0%'라고 광고하거나, 백내장 수술 횟수를 허위로 기재하는 행위, 예전에 받은 상에 대해 수상연도를 누락하여 당해연도 수상으로 오인하게 하거나,환자에 관한 치료 경험담 등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 등은 금지된다. 유명연예인이 추천하는OO안과, 수험생·군인·공무원 할인 이벤트 등으로 광고하는 행위 등도 해서는 안 된다.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의료법 제27조 3항(불법 환자유인)에 해당되기 때문에다.
KB손보에 따르면, 작년 이 회사에 청구된 비급여 실손 보험금 분석 결과 백내장 수술비의료비 청구건수는 전체 비급여 치료 중 0.6%(2021년 기준 3만9000건)에 불과했으나 청구금액은 7.1%(1035억원)를 차지했다. 보험업계 전체로는 2016년 780억원 수준이던 백내장 수술 지급 실손보험금이 지난 해 1조원을 넘긴 상황이다. 비용이 비싸고 수술이 비교적 간단한 백내장이 병원들의 실손 타먹기 단골 수법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점식 KB손보 장기보상본부 전무는 "현행 의료법상 백내장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불법 허위 광고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 행위로 이를 통해 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대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앞으로도 KB손해보험은 다수의 선량한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 불법행위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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