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윤석열 당선인, 쪼개진 민심을 읽어야 한다 [핫이슈]
입력 2022-03-10 08:42 

국민은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국내외의 격랑을 헤쳐나갈 책무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부여했다. 윤 당선인은 먼저 국민의 지지에 고개를 숙이고 정말 당선될 자격이 있었던 사람인가를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
국민이 왜 윤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는가. 윤 당선인이 잘나서가 아니다. 이 나라를 다시 한번 세우기 위해서는 윤 당선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들어갔다. 그런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대통령을 만들었다. 윤 당선인은 이같은 국민의 심정을 망각하지 않고 5년간 가슴에 새겨야 한다. 국민은 권력이 오만하다 느껴지면 곧바로 등을 돌리게 된다.
국민은 지난 5년간 너무 많이 실망했다. 문재인 정부는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편가르기 정치와 내로남불 행태로 국론을 분열시켰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반시장적 규제와 친노조 정책으로 발못을 잡았다. 일자리 정부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외쳤지만 고용 쇼크와 집값 폭등을 초래했다. 이런 민심이 쌓이고 쌓여서 정권 교체로 이어진 것이다.
대선 이후 최우선 과제는 둘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전례없는 치열한 캠페인은 많은 상처를 남겼다. 상대 후보에 대해 혐오와 증오의 감정을 쏟아내는 여론전을 펼친 결과다. 지지자들도 양편으로 나눠져 사생결단식으로 싸웠다.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무효표 30만7000여표보다 24만7000여 표에 불과하다. 역대급 대선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당선인와 국민의힘은 당장 선거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의 상심을 보듬고 추스르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탕평과 협치의 자세로 국민 통합을 이루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자면 당선인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한다. 국민 앞에서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국민은 여전히 윤 당선인과국민의힘이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질 능력을 갖췄다고 믿지 못하고 있다. 설득력 있는 국정 비전과 정교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탓이다. 이제부터는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해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야 한다. 첫 걸음이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회 구성이다. 윤 당선인는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 구성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대선에서의 논공행상을 배격하고, 정파를 뛰어넘어 폭넓게 인재를 중용해야 한다.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집권 초기부터 민심을 잃게 된다.
한편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는 패자의 승복으로 완성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했다. 그의 깨끗한 승복에 박수를 보낸다.
[윤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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