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회복 수혜주'로 꼽히던 의류·액세서리 관련주가 미국 뉴욕증시에서 두드러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 탓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진 상황이다 보니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쪼그라들 것이라는 판단이 주가 급락을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셈법도 복잡해진 가운데 월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 장기화 가능성을 들어 섣불리 주식 저점 매수에 나서지 말라는 조언을 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미국계 전 세계 의류 브랜드 지주사인 PVH 주가가 하루 만에 15.37% 떨어져 1주당 66.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PVH는 타미힐피거와 캘빈클라인 등을 거느린 업체로 지난달 24일 이후 이달 7일까지 주가가 31.05% 하락한 상태다. 지난달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시점이다. 이후 전 세계가 미국·유럽·우크라이나 대 러시아·중국으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했고 미국 등이 러시아를 향해 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석유·가스를 비롯한 곡물과 광물(철광석·니켈 등)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또 다른 유명 의류 브랜드 랄프로렌과 명품 브랜드 지주사 카프리홀딩스도 각각 주가가 21%, 30.1% 떨어졌다. 이 밖에 같은 기간 귀금속 액세서리 관련주인 시그넷주얼러스 주가가 15.06%, 장외 시장에서는 같은 업종인 판도라 주가도 19.23% 주저앉았다.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100 지수가 각각 2.04%, 4.69% 하락한 점에 비하면 두드러지는 낙폭이다.
미국 의류·액세서리 대장주가 급락세를 탄 배경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겠다는 물결에도 우크라이나 전쟁발 물가 급등세가 소비심리를 억눌러 경제 회복세를 짓누를 것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불안감 탓이다. 두 업종은 전형적인 '경기순환주'다. 실물경제가 활기를 띠고 소비심리가 살아날 때는 상승세를 타지만 반대일 때는 하락세를 보인다.
앞서 6일 톰 니킥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투자 메모를 통해 PVH와 랄프로렌에 대한 투자의견과 12개월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PVH는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1주당 140달러에서 85달러로 대폭 낮췄다. 랄프로렌은 매수에서 중립, 150달러에서 127달러로 낮췄다. PVH와 랄프로렌 수입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5%, 28%다.
이와 관련해 니킥 연구원은 "지난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자리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했다는 소식 등을 미뤄볼 때 지정학적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면서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공급 불확실성 탓에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유럽 의존도가 높은 두 기업 수익성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2월 유로존 소비자신뢰지수는 -8.8로 지난해 4월(-10.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미시간대가 집계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2.8로 50을 넘겼지만 2011년 10월(6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당 지수가 50을 밑돌면 경제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연준으로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물가 급등세를 잡아야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위축된 소비심리가 금리 상승 탓에 더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조지프 라보그나 나티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뿐 아니라 곡물 가격 급등으로 인해 밥상 물가가 뛰면 소비 여력이 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미국 소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 연준도 과감하게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추후 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 경제제재 여파와 연준의 정책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월가에서는 섣부른 저점 매수를 삼가라는 주문이 나온다. 스튜어트 카이저 UBS은행 연구원은 "지금은 저점 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다"면서 "애초에 물가 급등 가능성을 예상은 했지만 지정학적 갈등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월가에서 낙관론자로 유명한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회장은 올해 S&P500 지수가 400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7일 마감 시세보다 5%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탄칙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주식시장은 유가를 포함한 대규모 상품 공급 충격에 씨름하고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인플레이션 충격이 아닌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회복 수혜주'로 꼽히던 의류·액세서리 관련주가 미국 뉴욕증시에서 두드러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 탓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진 상황이다 보니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쪼그라들 것이라는 판단이 주가 급락을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셈법도 복잡해진 가운데 월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 장기화 가능성을 들어 섣불리 주식 저점 매수에 나서지 말라는 조언을 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미국계 전 세계 의류 브랜드 지주사인 PVH 주가가 하루 만에 15.37% 떨어져 1주당 66.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PVH는 타미힐피거와 캘빈클라인 등을 거느린 업체로 지난달 24일 이후 이달 7일까지 주가가 31.05% 하락한 상태다. 지난달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시점이다. 이후 전 세계가 미국·유럽·우크라이나 대 러시아·중국으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했고 미국 등이 러시아를 향해 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석유·가스를 비롯한 곡물과 광물(철광석·니켈 등)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또 다른 유명 의류 브랜드 랄프로렌과 명품 브랜드 지주사 카프리홀딩스도 각각 주가가 21%, 30.1% 떨어졌다. 이 밖에 같은 기간 귀금속 액세서리 관련주인 시그넷주얼러스 주가가 15.06%, 장외 시장에서는 같은 업종인 판도라 주가도 19.23% 주저앉았다.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100 지수가 각각 2.04%, 4.69% 하락한 점에 비하면 두드러지는 낙폭이다.
미국 의류·액세서리 대장주가 급락세를 탄 배경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겠다는 물결에도 우크라이나 전쟁발 물가 급등세가 소비심리를 억눌러 경제 회복세를 짓누를 것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불안감 탓이다. 두 업종은 전형적인 '경기순환주'다. 실물경제가 활기를 띠고 소비심리가 살아날 때는 상승세를 타지만 반대일 때는 하락세를 보인다.
앞서 6일 톰 니킥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투자 메모를 통해 PVH와 랄프로렌에 대한 투자의견과 12개월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PVH는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1주당 140달러에서 85달러로 대폭 낮췄다. 랄프로렌은 매수에서 중립, 150달러에서 127달러로 낮췄다. PVH와 랄프로렌 수입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5%, 28%다.
이와 관련해 니킥 연구원은 "지난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자리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했다는 소식 등을 미뤄볼 때 지정학적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면서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공급 불확실성 탓에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유럽 의존도가 높은 두 기업 수익성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2월 유로존 소비자신뢰지수는 -8.8로 지난해 4월(-10.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미시간대가 집계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2.8로 50을 넘겼지만 2011년 10월(6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당 지수가 50을 밑돌면 경제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연준으로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물가 급등세를 잡아야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위축된 소비심리가 금리 상승 탓에 더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조지프 라보그나 나티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뿐 아니라 곡물 가격 급등으로 인해 밥상 물가가 뛰면 소비 여력이 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미국 소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 연준도 과감하게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추후 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 경제제재 여파와 연준의 정책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월가에서는 섣부른 저점 매수를 삼가라는 주문이 나온다. 스튜어트 카이저 UBS은행 연구원은 "지금은 저점 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다"면서 "애초에 물가 급등 가능성을 예상은 했지만 지정학적 갈등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월가에서 낙관론자로 유명한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회장은 올해 S&P500 지수가 400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7일 마감 시세보다 5%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탄칙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주식시장은 유가를 포함한 대규모 상품 공급 충격에 씨름하고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인플레이션 충격이 아닌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