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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베르사체 주가 급락…움츠린 월가 "지금 주식 사지마라"
입력 2022-03-08 15:00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카프리홀딩스 주가가 하루 만에 15.36% 급락해 1주당 46.16달러에 마감했다. 카프리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지명 받아 오는 9월 부임키로 한 조슈아 슐만 마이클 코어스 CEO가 사임한 탓도 있지만 같은 날 카프리 뿐 아니라 PVH와 랄프 로렌 등이 비슷한 낙폭을 기록했다. 카프리는 베...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PVH 주가가 15% 넘게 급락했다. PVH는 타미 힐피거와 캘빈 클라인 등을 거느린 미국계 글로벌 의류 브랜드 업체다.
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 회복 수혜주'로 꼽히던 의류·액세서리 관련주가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 탓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진 상황이다 보니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쪼그라들 것이라는 판단이 주가 급락을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셈법도 복잡해진 가운데 월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 장기화 가능성을 들어 섣불리 주식 저점 매수에 나서지 말라는 조언을 내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계 글로벌 의류 브랜드 지주사인 PVH 주가가 하루 만에 15.37% 떨어져 1주당 66.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PVH는 타미 힐피거와 캘빈 클라인 등을 거느린 업체로 지난 달 24일 이후 이달 7일까지를 기준으로 주가가 31.05% 하락한 상태다. 지난 달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시점이다. 이후 전세계가 미국과 유럽 및 우크라이나 대 러시아와 중국으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했고 미국 등이 러시아를 향해 경제 제재를 발표하면서 석유·가스를 비롯해 곡물과 광물(철광석·니켈 등) 등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또 다른 유명 의류 브랜드 랄프 로렌과 명품 브랜즈 지주사 카프리 홀딩스도 각각 주가가 21%, 30.1% 떨어졌다. 이밖에 같은 기간 귀금속 액세서리 관련주인 시그넷주얼러스 주가가 15.06%, 장외 시장에서는 같은 업종인 판도라 주가도 19.23% 떨어졌다. 뉴욕 증시 대표 주가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100 지수가 각각 2.04%, 4.69% 하락한 점에 비하면 두드러지는 낙폭이다.
미국 의류 ·액세서리 대장주가 급락세를 탄 배경은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 회복 물결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발 물가 급등세가 소비 심리를 억눌러 경제 회복세를 짓누를 것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불안감 탓이다. 두 업종은 전형적인 '경기 순환주'다. 실물 경제가 활기를 띄어 소비 심리가 살아날 때는 상승세를 타지면 반대일 때는 하락세를 탄다.
앞서 6일 웨드부시 증권의 톰 니킥 연구원은 투자 메모를 통해 PVH와 랄프 로렌에 대한 투자 의견과 12개월 목표 주가를 모두 하향했다. PVH의 경우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 주가를 1주당 140달러에서 85달러로 대폭 낮췄다. 랄프 로렌의 경우 매수에서 중립, 150달러에서 127달러로 낮췄다. PVH와 랄프 로렌의 수입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5%, 28%다. 이와 관련해 니킥 연구원은 "지난 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자리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했다는 소식 등을 미뤄볼 때 지정학적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면서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천연 가스 공급 불확실성 탓에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유럽 의존도가 높은 두 기업 수익성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은 유럽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25일 유럽 연합집행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2월 유로존 소비자신뢰지수는 마이너스(-) 8.8로 지난 해 4월(-10.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가 50을 밑돌면 경제를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미시간대가 집계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2.8로 50을 넘겼지만 지난 2011년 10월(6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연준으로서도 기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물가 급등세를 잡아야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위축된 소비 심리가 금리 상승 탓에 더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조셉 라보그나 나티식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뿐 아니라 곡물 가격 급등으로 인해 밥상 물가가 뛰면 소비 여력이 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미국 소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 연준도 과감하게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추후 통화 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 경제 제재 여파와 연준의 정책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월가에서는 섣부른 저점 매수를 삼가라는 주문이 나온다. UBS은행의 스튜어트 카이저 연구원은 "지금은 저점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면서 "애초에 물가 급등 가능성을 예상은 했지만 지정학 갈등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월가에서 낙관론자로 유명한 에드 야드니 야드니 리서치 회장은 올해 S&P500 지수가 400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7일 마감 시세보다 약 5%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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