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이 많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특히 인도와 태국, 한국, 베트남이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조치로 인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시장에서 원유 공급량 감소로 유가가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 트린 응우옌은 7일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는 러시아와의 직접 무역 제한보다는 유가가 올라가는 데 대한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아시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물가상승과 공급망 불안정, 원자재와 상품 부족 등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전기와 가스, 식량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응우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보조금이 적은 인도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가장 커질 것으로 봤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인도 정부가 선거 이후로 가격 인상 발표를 늦추겠지만, 이후에는 석유와 관련 제품에서 상당한 폭의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유가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적은 태국에서도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가중, 소비자 구매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또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량이 많은 한국과 베트남도 유가 상승으로 생필품 가격이 오를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전체 원유의 5.6%, 천연가스(LNG)의 6.2%를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사용해왔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에너지 순수출국인 호주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은 예외다. 지엔웨이쉬 나티시스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 수입국이지만 장기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흡수할 수 있을만큼 경제규모가 충분히 크고, 전력산업이 국가 통제하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검토중인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제재에는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체할 수입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29.3%)와 미국(12.4%)등에서의 원유 수입 비중이 더 높아도,이들 국가도 원유 생산량을 갑자기 늘려 한국에 수출할 여력은 크지 않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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