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한 달 만에 떠난 베트남 아내…대법 "혼인 무효 아냐"

"단기간에 혼인 관계 지속 포기 가능성 존재…혼인 합의 부정할 수 없어"

베트남 국적의 아내가 한국 입국 후 1달 만에 집을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국 국적의 A씨(남편)가 베트남 국적 B씨(부인)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혼인 무효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B씨가 진정한 혼인 의사를 갖고 결혼해 입국했더라도 상호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언어 장벽, 문화적인 부적응, 결혼 결심 당시 기대한 한국생활과 현실 사이 괴리감으로 단기간에 혼인 관계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두 사람의 혼인 합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앞서 혼인 무효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이혼 소송도 함께 낸 만큼, 파기 환송심에서는 이혼 타당성 여부 등을 놓고 법리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혼인 무효는 이혼과 가족관계등록부 처리 방식이 다르고 유족급여나 상속 소송에도 영향을 크게 줘 원래는 엄격한 기준에서만 인정되지만, 그간 한국인이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소송은 상대적으로 무효 사유를 넓게 인정해왔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