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더 배트맨'이 3일 3만493명을 모으며 1위를 지켰다. 개봉 첫날 19만2348명을 모은 영화는 이튿날 3만8883명으로 관객수가 급감했다. 누적 관객은 26만7917명이었다.
영화는 자비 없는 배트맨과 그를 뒤흔드는 수수께끼 빌런 리들러와의 대결을 통해 히어로 무비 사상 가장 사실적이면서 인정사정 없는 폭투 액션과 강력하고 무자비한 배트맨의 등장을 알린다.
기존 히어로물의 폭발적인 쾌감 대신 범죄 스릴러의 긴장감을 입혔다. 아직 배트맨으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브루스 웨인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는 한편,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갖는 이중적 속성을 활용해 이색적인 공포감을 선사한다.
자신과 배트맨이란 두 개의 자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적인 배트맨은 처절하고도 안쓰럽다. 그는 수호자라기보단 개인적인 복수에 집착하고, 상처를 마주하기 보단 헤집고 비틀고 자악한다. 단번에 악당을 소탕하기는 커녕, 리들러에 내내 뒤쳐지고 조력자 없이는 난관을 홀로 해결하지도 못한다. 그 긴 고뇌와 방황 끝에 마침내 진실에 접근하며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정의 실현을 행하는 히어로 '배트맨'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는 리얼한 현실이, 느와르 색감을 입힌 탐정물의 매력이, 인간의 내면을 담은 드라마가 주를 이룬다.
이 같은 묵직한 변주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완벽 아닌 미완성의 ‘배트맨의 서사에 공감과 신선함을 드러내는 한편, 다이내믹한 에너지와 시원한 카타르시스, 다양한 볼거리 등 블록버스터의 미덕은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점에 아쉬워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특유의 유머와 센스, 스타일리시한 매력도 줄어 176분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평도 상당수다.
국내외 기대 속에서 올해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한 '더 배트맨'이 호불호 속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주말을 맞아 흥행 가속도를 다시금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