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주식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요 여야 대선 후보들의 자본시장 관련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후보별로 공매도, 물적분할 제도 개선 등 공통적인 공약도 있지만 명확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부분도 있다.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관련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증권거래세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둘은 동일하게 개미 표심을 호소하는 것이지만, 방향은 정반대인 셈이다. 보통 증권거래세 폐지는 개미에게, 양도소득세 폐지는 큰손(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증권거래세는 거래대금 규모에 관계없이 주식을 사고팔 때 부과되는 비용이다. 이 때문에 '단타'(단기에 주식을 사서 파는 매매 기법)를 즐겨 하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게 비용을 아껴 이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증권거래세는 수익이 났을 때뿐만 아니라 '손절'(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파는 것)을 할 때에도 부과돼 불만을 가진 개미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개미 투자자보다 굴리는 자금 규모가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기존 주식 양도소득세는 특정 종목을 보유한 금액이 10억원을 넘거나 지분율이 1% 이상인 대주주에게 적용됐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차익에 대해 모든 투자자들이 20%의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3억원을 초과하면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금융투자 업계에선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를 개미와 큰손 간 대립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시선은 옳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참여자들의 매매 기법, 자금 규모,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유불리를 철저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부터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주식 거래에 대규모로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굴리는 자금 규모도 작지 않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가 반드시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개미 비율이 높지 않더라도 연 5000만원 이상 수익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 심리상 개미들이 마냥 반대할 만한 공약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식 매매거래 회전율이 낮거나 장기 투자를 즐기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증권거래세 폐지보다 양도소득세 유지가 더욱 악영향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국 증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자금이 유출될 것이란 걱정이다. 기본적으로 큰손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게 되면 수급에 악영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일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한국에서도 주식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면 미장(미국 증시)을 하지, 왜 남아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윤 후보는 처음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과 더불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내부에서 조율한 결과 최근 증권거래세 유지 및 양도소득세 폐지로 방향을 바꾼 바 있다.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 모두 국가 세수로 귀속되기에 세제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거래세는 10조원이 걷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두 후보 모두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고민을 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세금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대원칙하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경우 소득세 형태로 소득이 발생하면 과세를 하고, 주식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도 일정 기준 이하에 속하는 투자자에 한해 폐지하는 등 원칙을 지키면서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의 현황을 감안하면 주식 양도소득세는 세계적인 트렌드이지만 과세 대상 금액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증권거래세는 가급적 폐지해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 제고에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주식 양도소득세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소위 큰손들의 자금이 급속도로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이때 수급 여건 악화로 소액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도 덩달아 주가가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증권거래세 몇 푼 아끼려다 손실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증시 관련 공약으로 여야 후보는 공통적으로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우선 공매도와 관련해 이 후보는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 간 공매도 차입기간 차별을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 또한 주가가 급락하면 자동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물적분할과 관련해서도 두 후보는 소액주주 차별 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분할 후 재상장 금지를, 윤 후보는 분할 상장 시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둘은 동일하게 개미 표심을 호소하는 것이지만, 방향은 정반대인 셈이다. 보통 증권거래세 폐지는 개미에게, 양도소득세 폐지는 큰손(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증권거래세는 거래대금 규모에 관계없이 주식을 사고팔 때 부과되는 비용이다. 이 때문에 '단타'(단기에 주식을 사서 파는 매매 기법)를 즐겨 하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게 비용을 아껴 이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증권거래세는 수익이 났을 때뿐만 아니라 '손절'(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파는 것)을 할 때에도 부과돼 불만을 가진 개미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개미 투자자보다 굴리는 자금 규모가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기존 주식 양도소득세는 특정 종목을 보유한 금액이 10억원을 넘거나 지분율이 1% 이상인 대주주에게 적용됐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차익에 대해 모든 투자자들이 20%의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3억원을 초과하면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금융투자 업계에선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를 개미와 큰손 간 대립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시선은 옳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참여자들의 매매 기법, 자금 규모,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유불리를 철저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부터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주식 거래에 대규모로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굴리는 자금 규모도 작지 않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가 반드시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개미 비율이 높지 않더라도 연 5000만원 이상 수익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 심리상 개미들이 마냥 반대할 만한 공약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식 매매거래 회전율이 낮거나 장기 투자를 즐기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증권거래세 폐지보다 양도소득세 유지가 더욱 악영향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국 증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자금이 유출될 것이란 걱정이다. 기본적으로 큰손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게 되면 수급에 악영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일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한국에서도 주식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면 미장(미국 증시)을 하지, 왜 남아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윤 후보는 처음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과 더불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내부에서 조율한 결과 최근 증권거래세 유지 및 양도소득세 폐지로 방향을 바꾼 바 있다.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 모두 국가 세수로 귀속되기에 세제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거래세는 10조원이 걷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두 후보 모두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고민을 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세금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대원칙하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경우 소득세 형태로 소득이 발생하면 과세를 하고, 주식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도 일정 기준 이하에 속하는 투자자에 한해 폐지하는 등 원칙을 지키면서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의 현황을 감안하면 주식 양도소득세는 세계적인 트렌드이지만 과세 대상 금액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증권거래세는 가급적 폐지해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 제고에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주식 양도소득세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소위 큰손들의 자금이 급속도로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이때 수급 여건 악화로 소액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도 덩달아 주가가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증권거래세 몇 푼 아끼려다 손실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증시 관련 공약으로 여야 후보는 공통적으로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우선 공매도와 관련해 이 후보는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 간 공매도 차입기간 차별을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 또한 주가가 급락하면 자동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물적분할과 관련해서도 두 후보는 소액주주 차별 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분할 후 재상장 금지를, 윤 후보는 분할 상장 시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