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4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오는 7월 말까지 연장한다. 국제 유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는 경우 인하 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홍 부총리는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조치를 오는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가격이나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는 품목은 할당관세 적용과 물량 증량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겉보리와 소맥피 등 사료 대체가능 원료의 할당관세 물량을 각각 10만t, 6만t으로 확대한다. 감자분의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1675t으로 1500t 증량하고, 칩용감자 할당관세 적용 및 조제땅콩 TRQ 물량 증량도 추가 검토키로 했다.
네온과 크립톤 등 반도체 제조 공정에 활용되는 대외 의존도 높은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수급 상황을 점검해 이달 중 할당관세를 적용할지 결정한다.
또 비철금속 시장 가격 불안이 지속되면 외상 방출 한도 확대, 방출 기간 3개월 연장 등 일시적인 추가지원 조치 기한을 올해 상반기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가공식품·외식업계의 비용 부담도 완화하고자 사료·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각각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내달 4월 부가세 예정 고지 제외, 식품 포장재 교체 부담 완화 등을 추진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농축수산물의 가격 안정을 위해서도 조처하기로 했다. 이달 중 총 7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지원한다. 배추 비축과 채소가격안정제 물량도 활용해 수급을 관리하기로 했다.가공식품이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경쟁사 간 가격 등 정보교환 합의만으로도 담합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개정 공정거래법을 엄격 적용하기로 했다.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도 예고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발표된 전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7%를 기록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을 언급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건 지난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홍 부총리는 "일각에서 전 세계적으로 예전의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라며 "높은 물가상승률은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민생과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어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외요인의 국내 영향 최소화와 대내 생활물가의 절대 안정이라는 방향하에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의 경우 가격결정이 자율화된 시장경제하에서 정부 조치 및 노력만으로 물가안정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관련 업계도 가격 인상 시기 및 인상 폭 조정 등을 통해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적극 동참·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건 지난 2017년 1월 이후 5년 만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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