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너 때는 괜찮아, 뭐든 많이 먹어도 된다고?"
입력 2022-03-02 16:06 
(왼쪽부터)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도현, 내분비내과 전숙 교수

"우리 아이는 너무 안 먹어서 걱정이에요".
한참 크는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자라는 게 부모들의 마음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부모는 아이의 음식 과다섭취에 관대하다. 성장기인 만큼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식보다 균형적인 식단과 충분한 칼로리 소모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도현 교수는 "음식이 귀하던 과거와 달리, 영양 과잉과 함께 간편식·인스턴트 위주의 불균형적인 식습관, 불규칙한 생활습관이 영양체계를 무너뜨려 소아비만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소아비만은 성장속도를 오히려 늦출 뿐만 아니라 지방간, 당뇨, 고혈압 등 장차 성인병의 발병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에는 대표적으로 지방간과 당뇨병이 있다. 지방간은 간 무게 5% 이상의 지방이 체내에 쌓이게 되었을 때를 말한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방치되기 쉽고 지속될 경우 지방간염으로 발전, 간에 손상이 쌓이면서 향후 간섬유화와 간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15년간 소아청소년 지방간 유병률이 44% 증가한 만큼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전숙 교수는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 중 40~50%가 비만 및 과체중과 관련이 있는 2형 당뇨병이며, 어린 나이에 발생할수록 타 질환의 발병과 사망 위험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부적절한 식생활과 식습관이 소아비만의 일차적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바, 성장을 돕는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무조건 허락하는 것은 결국 탄수화물이나 지방, 단백질 등 한쪽에 치우친 식사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주위 어른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숙 교수는 이어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영양적으로 균형적인 식사를 제공하고, 식사할 때는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여러 번 씹고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 효과적인 영양분 흡수를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은 크게 원발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된다. 특별한 질환없이 섭취한 에너지 총량이 소비량을 넘어 발생한다면 원발성, 특정 질환과 관련되어 발생한다면 이차성이다.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과 각종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하는 이유다.
전 교수는 "통상적으로 비만 진료를 위한 식사섭취 평가때, 오히려 지방질의 섭취가 무조건 나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체내의 적절한 지방량 유지는 성장기 및 호르몬 생성과 작용에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한 양질의 지방 섭취는 필수적"이라며 "체질량지수는 정상 범위인데 편식이 심하다면 일단 균형식사와 함께 생활습관 지도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비만 치료의 핵심은 운동과 식습관 조절이다. 수영과 실내 자전거의 효과가 좋지만, 만약 아이가 흥미를 갖지 못한다면 운동할 수 있는 게임을 권장해보는 것도 좋다. 또한 식습관 교정 시에는 성장 중임을 감안해 무조건적인 감량보다는 충분한 에너지와 영양소 섭취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도현 교수는 "최근 내원한 소아비만 환자를 살펴보면, 코로나와 추운 날씨의 영향 때문인지 체중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10~20kg씩 늘어서 오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가족 구성원들 간의 생활과 식사패턴이 비슷하기 때문에 아이 혼자가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 운동과 식생활 개선 등의 노력을 해야 하며, 아이가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의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권장하고 음료와 군것질 등으로 섭취하는 단순당의 섭취는 제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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