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4일, 중국의 쉬멍타오(32) 선수가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에어리얼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외신은 이 선수가 인공지능(AI) 코치의 도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시스템을 만든 샤오아이스(Xiaoice)는 "영상 인식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고득점을 위한 동작을 선별해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포츠 분야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경기 중계·운영은 물론 선수의 기량 향상에도 AI 활용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된 것이다.
F1 선수 막스 베르스타펜이 시뮬레이션에 참여하는 모습
대표적인 데이터 기반 스포츠 중 하나는 포뮬러 원(F1)이다. 고가의 레이싱카를 사용하는 F1은 특성상 연습 경기를 하기 어려운 종목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 훈련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F1 팀인 '레드불 레이싱(Red Bull Racing)'은 이전부터 선수 훈련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왔으며, 특히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의 기술을 이용해 시뮬레이션 횟수를 1000배·시뮬레이션 속도는 10배 가량 높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라클은 "F1에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해 수십억 번의 시뮬레이션으로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며 "이를 통해 예산 제한 규정 준수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빅데이터 기반 기술이 활용된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EPL 2021-2022 시즌에는 방송 중계와 SNS를 통해 평균 포메이션, 실시간 승리 확률, 결정적 순간 트래커 등 여러 기능이 제공되고 있다. 평균 포메이션은 팀이 공격 상태와 수비 상태일 때 각각 선수들이 위치한 곳을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기술이다. 실시간 승리 확률은 지난 4년 간의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홈경기·원정경기 여부, 현재 점수, 페널티 횟수, 출장 선수, 남은 경기 시간 등을 고려해 해당 팀이 승리할 확률을 계산한다. 특히 결정적 순간 트래커를 이용하면 현재 공을 점유한 팀이 10초 이내로 골을 넣을 확률도 알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재작년 호크아이(Hawk-Eye)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호크아이는 영상 인식 기술을 통해 야구장 내 선수와 공의 위치를 추적하고, 투구 정보·타구 궤적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오차 범위가 약 0.1인치(0.25cm) 이내로 정밀해, 테니스에서는 이를 심판 판독에 활용하기도 한다. 한국프로야구(KBO) 팀 중에서는 기아 타이거즈가 올해 처음으로 호크아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른 구단에서는 레이더를 활용해 공의 위치를 추적하는 트랙맨(trackman)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텔의 'AI 기반 3D 선수 추적'(3DAT, AI-powered 3D Athlete Tracking) 기술은 AI와 컴퓨터 비전 카메라를 사용해 육상 경기에서 선두에 있는 선수의 속도와 이동거리, 남은 거리 등을 분석해 알려준다.
인텔의 'AI 기반 3D 선수 추적'(3DAT, AI-powered 3D Athlete Tracking) 기술은 AI와 컴퓨터 비전 카메라를 사용해 육상 경기에서 선두에 있는 선수의 속도와 이동거리, 남은 거리 등을 분석해 알려준다.
국내 기업에서도 스포츠 관련 기술 도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다수의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뒤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술 지원이 있었다. 전자 과녁을 이용해 화살이 꽂힌 위치를 저장하고, 영상 분석을 통해 선수의 표정과 움직임을 감지했다. 선수의 훈련 과정을 영상으로 저장해 자동으로 편집해주는 AI 코치도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는 사내 AI 연구소인 에어스 컴퍼니(AIRS Company)에서 개발한 딥러닝 기술을 활용했다.[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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