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A형 지정헌혈 부탁드립니다"…코로나 장기화에 혈액 수급 '비상'
입력 2022-02-24 21:16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남부혈액원 혈액보관고가 비어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최모(59)씨는 최근 어머니의 다리 수술을 앞두고 병원으로부터 혈액이 부족해 A형 헌혈자 3~5명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헌혈자와 수혈자를 연결해주는 '지정헌혈'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사연을 올렸다. 최씨는 "가족 중에 혈액형이 A형인 사람이 없어 지인을 총동원해 겨우 피를 구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헌혈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헌혈의 집 방문자가 급감한 상황에서 계절적 요인과 단체헌혈이 대폭 취소됐기 때문이다.
24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혈액보유량은 3.4일분에 그쳤다. 이달 들어 혈액보유량은 3일분대로 적정 수준인 5일분을 크게 밑돌고 있다. 연초 7.6일분이었던 혈액 보유량은 지난 17일 오후 한때 2.5일분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올해 1월부터 지난 23일까지 헌혈 건수는 33만3152건이라고 밝혔다. 헌혈 건수는 2019년 279만 1092건에서 2020년 261만1401건, 지난해 260만4437건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헌혈을 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는 등 헌혈에 대한 근거 없는 괴담까지 퍼졌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헌혈부터 수혈까지 과정 중 코로나19 백신접종자와 미접종자의 혈액을 관리하는 절차는 동일하며 별도로 구분하여 관리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는 혈액 매개 감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헌혈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텅 빈 헌혈의집 노량진센터. [사진 출처 = 대한적십자사]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정헌혈 앱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지정헌혈'을 요청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헌혈자가 특정 환자에게 피를 제공해달라고 지정하는 지정헌혈은 해마다 늘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정헌혈 건수는 2019년 4만3794건에서 2020년 7만4596건, 지난해 13만7213건으로 매년 급증했다.
혈액수급위기 단계는 1단계 '심각'(혈액보유량 1일분 미만), 2단계 '경계'(2일분 미만), 3단계 '주의'(3일분 미만), 4단계 '관심'(5일분 미만) 등 4단계로 구분한다. 헌혈자가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혈액보유량이 심각 단계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자칫 정상적인 혈액 공급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심각한 혈액부족 상황에 처해있다"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헌혈자들의 헌혈 참여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만큼 혈액부족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헌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기를 간절히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혈액관리본부는 지난 10일부터 비상대책상황반과 혈액원별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혈액수급 대비계획 점검에 돌입했다.
한편 대한적십자는 전국 헌혈의집을 정상운영하고 있다. 백신접종자는 접종일로부터 7일이 지나면 헌혈이 가능하다. 확진자의 경우에도 완치 후 4주가 경과하면 헌혈이 가능하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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