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 동안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 앞에 닥친 전쟁 공포감에 뉴욕증시가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으나 그간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조정이 길어지면서 지수 상승에 베팅한 상품의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서학개미가 테슬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는 해당 기간에 TQQQ를 4억8127만 달러(약 5761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TQQQ는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나스닥 100지수가 1% 상승하면 3% 이익을 얻고, 반대로 1% 하락하면 3% 손실을 입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특히 서학개미는 뉴욕증시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TQQQ를 집중 매수했다. 약 2주 동안 1억7387만 달러(약 2082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는데, 이 기간 전체 해외주식 가운데 가장 많이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3배 레버리지 상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국 증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보다는 전쟁의 우려를 씻는 즉시 반등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9거래일 중 8거래일 하락 마감했다. 최근 5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고점 대비 19.58% 하락해 약세장(20%↓) 진입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하지만 TQQQ와 같은 레버리지 ETF 상품은 변동성 장세에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지수가 꾸준히 상승하거나 하락해야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변동성 자체에 의한 누적수익률 하락 현성이 벌어진다. 변동성 장세가 길어지면 레버리지 ETF 상품의 장기 투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달 들어 TQQQ의 수익률은 2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28.4%를 기록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상위권에 고위험 레버리지 ETF가 다수 들어있다"며 "레버리지 ETF는 투자 기간이 길수록 변동성 손실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급변동 장세에서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할 때는 단기투자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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