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8명 강제 출산 쇠사슬녀'에 공분…올림픽 폐막때까지 입닫았다
입력 2022-02-24 08:25  | 수정 2022-02-24 08:29
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영하 날씨에 떨고 있는 중국 여성에 대한 가디언의 보도 / 사진=가디언
94만원에 팔려 8자녀 낳고 남편에 쇠사슬 학대 당해
올림픽 폐막 후 수사 발표…"인신매매 조직 파헤쳐야"

중국 장쑤(江蘇)성에서 지난달 말 발견된 쇠사슬에 묶인 여성이 농촌 인신매매로 팔려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중국 당국은 23일 '펑(豊)현 8자녀 출산 여성'으로 이름 붙여진 이른바 '쇠사슬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이 14억 중국인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인신매매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공직자 17명을 처벌하는 등, 여론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1980~90년대 중국 농촌에 만연했던 여성 인신매매의 실상을 끝까지 파헤치고, 사태를 방관 은폐했던 공직자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고 있습니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26일 한 블로거가 장쑤성 쉬저우(徐州))시 펑현의 한 판잣집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여있는 여성 양(楊)모씨를 촬영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양 씨의 남편이 그녀와 자신 사이에 자식이 무려 8명이나 있다고 자랑하는 영상을 해당 블로거가 추가로 공개하면서 분노는 한층 더 확산됐습니다.


특히 현지 당국이 민심을 달랜다며 지난달 28일부터 10일까지 4차례나 걸쳐 발표한 정보가 오락가락했던 것도 불신을 키우는 주요 요소였습니다. 현지 지방 정부는 양 씨에 대한 인신매매나 유괴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달 10일에야 비로소 유괴 및 인신매매가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대 학생 100명이 중앙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개 서신을 연명으로 발표하기도 했고, 지난 19일에는 칭화(淸華)대 법대 교수인 라오둥옌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 계정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17일 꾸려진 장쑤성 특별 조사팀은 이날 '펑현 8자녀 여성'인 양모씨가 원난(雲南)성 푸궁(福貢)현 야구(亞谷)촌 출신 샤오화메이(小花梅)로 1977년 5월 13일 태어났다고 수사 결과에서 밝혔습니다.

양 씨는 두 차례 인신매매를 당했으며, 1998년 6월부터 둥(董)씨와 동거를 시작해 8명의 자녀를 출산했습니다. 당국은 양 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면서 현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밝혔습니다.

평현 검찰은 22일 양 씨의 남편 둥 씨를 학대죄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양 씨는 1998년 둥 씨의 부친이 돈을 내고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양 씨를 납치해 팔아넘신 쌍(桑)모 씨 또한 체포됐습니다. 쌍 씨가 저지른 1차 인신매매 때 양 씨는 5천 위안(약 94만 원)에 팔렸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양 씨의 남편인 둥 씨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0년까지 8명의 자녀를 출산한 양 씨는 장남은 조산사의 도움으로, 둘째와 셋째는 보건소에서 각각 낳았지만 셋째부터는 집에서 분만했으며 둥 씨가 탯줄을 직접 잘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양 씨는 2017년 조현병 증세가 나타났을 때 남편 둥 씨로부터 쇠사슬로 목이 묶이는 등의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조사 당국은 전했습니다.

수사팀은 러우하이(婁海) 펑현 당 서기를 업무 기율 위반 혐의로 면직 처분하고, 정춘웨이(鄭春偉) 펑현 부서기 겸 현장은 당직 면직과 현장 사임을 명령하는 등 관계자 17명을 처벌했습니다.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베이징올림픽 기간(4~20일) 이 사건에 대해 쉬쉬하며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을 통제하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야 진상을 발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막을 기다렸다 나온 당국의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23일 1980~90년대 펑현이 속한 쉬저우 인근의 인신매매 조직의 실상을 샅샅이 파헤칠 것을 촉구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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