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두고 세계 각국의 외교전이 긴박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코스피는 강세를 나타냈다. 거래대금이 8조원대에 머무는 등 시장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뚜렷한 가운데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를 다소 끌어올렸다.
2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74포인트(0.47%) 오른 2719.53에 거래를 마쳤다.
우크라이나 전쟁 우려가 크게 불거졌던 지난 15일 2676.54까지 하락했던 코스피는 이후 외교적 해결 기대감을 반영하면서 2740선까지 올라왔다가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군대를 파병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1% 넘게 급락했다. 하지만 이날은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세계가 전면전보다는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지수가 소폭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 시장도 패닉을 벗어나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국내 증시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 뉴욕증시의 나스닥 야간 선물은 0.67%, S&P500 야간 선물은 0.49% 상승 중이다. 지난밤 유럽증시에서 영국 FTSE 지수는 0.13% 반등했고 프랑스 CAC 지수와 독일 DAX 지수도 각각 -0.01%, -0.26%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전날 3% 넘게 폭락했던 홍콩 항셍지수가 0.6%대 반등하고 있고 상해종합지수도 0.8%대 오름세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급락세를 보였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1% 가까이 오르면서 1.9480%를 기록 중이다. 반대로 달러인덱스는 96.01로 소폭 떨어졌다. 지난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96달러선까지 올랐다가 92.35달러에 마감했다.
글로벌 증시의 최대 화두인 우크라이나 사태는 긴박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시작"이라며 러시아를 맹비난하면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영국과 유럽연합(EU)도 이날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방의 대응이 군사적 대응보다는 경제 제재로 모아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전면전은 피할 것이란 안도감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도 시장의 견해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이 더욱 심화돼 연준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100달러선을 위협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발 오일 쇼크가 글로벌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고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수는 반등했지만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8조9912억원으로 전날 10조5905억원에 비해 1조6000억원 가량이나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짙다는 의미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가 전날 3304억원 순매도에 이어 이날도 2664억원을 팔았다. 하지만 전날 3823억원을 순매도했던 기관 투자자가 1791억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기관 투자자 가운데 금융투자의 순매수액이 1768억원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금융투자는 전날까지 선물 매수, 현물 매도로 급락장에 대응하다 이날은 선물 매도, 현물 매수에 나섰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설사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가 장기화되더라도 주식시장의 영향이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라며 "단기엔 불확실성을 반영하지만, 장기엔 기업이익 영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부분 단기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건설업, 섬유·의복, 의료정밀 등이 2% 넘게 상승했고 의약품, 음식료품 등이 소폭 떨어졌다.
매매주체별로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1791억원, 748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2664억원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1948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1327억원이 외국인의 비차익 거래였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로 1860억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혼조세를 나타냇다. 삼성전자(-0.54%), 삼성바이오로직스(-0.77%), NAVER(-1.28%), 현대차(-0.55%) 등이 떨어진 반면 LG에너지솔루션(0.45%), 카카오(0.87%), 삼성SDI(1.48%), 기아(0.39%) 등은 상승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개 상한가를 포함해 672개 종목이 상승했고 178개 종목이 하락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9.22포인트(1.06%) 오른 877.33에 거래를 마쳤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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