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1일 '도너패밀리(D.F)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여식에서는 장학생으로 선정된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10명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장학회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에 응원을 전했다.
이번 수여식은 기부자들의 잇따른 후원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구산장로교회, 목천교회, 안성중앙교회, 한사랑교회, KB국민은행 중곡동지점, 네이버 해피빈 기부자들은 아낌없는 후원을 보냈다. 익명의 심장 이식인도 후원에 참여하며 유자녀들의 꿈을 응원해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학군사관 후보생(ROTC)으로 재학 중인 안가은 양(23)은 불과 2년 전 뇌사로 생을 달리하며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전한 고 안경상 씨의 첫째 딸이다. 일찍이 모녀 모두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했을 정도로 생명 나눔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안 양은 "아버지로 인해 누군가가 새 삶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면 큰 위로를 받는다"며 "어머니께서는 같은 아픔을 지닌 도너패밀리와의 만남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으셨다"고 밝혔다
2013년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고 박선화 씨와 아내의 생명나눔을 이어가고자 2014년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한 김충효 씨의 아들 김현진 군(21)도 참석했다. 그는 "수여식에 참석해 생명을 나누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고,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위대한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며 자신도 부모님처럼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간호학과에 진학하여 간호사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뇌사 장기기증인 2465명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30~50대가 1530명으로 약 62%에 달했다. 이는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인 자녀를 둔 많은 가장들이 뇌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의미라고 본부는 설명했다. 이에 본부는 2020년부터 D.F 장학회를 출범해 기증인의 유자녀들이 생명나눔에 대한 자긍심을 품고 경제적 제약 없이 꿈과 재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박진탁 본부 이사장은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자녀들이 그들의 부모만큼 우리 사회에서 훌륭한 몫을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유자녀들이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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