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누가 당선되든 재건축 호재"…노원 영등포 서초 등 안전진단 신청 봇물
입력 2022-02-20 17:08  | 수정 2022-02-20 18:50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전경. [박형기 기자]
서울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예비안전진단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예비안전진단은 소유주 10% 이상 동의를 받으면 신청이 가능하며, 주민들이 아파트 재건축 의사를 보여주는 첫 번째 단계로 평가된다. 특히 여야 대선후보들이 모두 재건축 규제 완화를 부동산 공약으로 꺼내든 데 이어 서울시도 '대못 규제'를 푸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그동안 재건축에 시큰둥했던 단지들이 술렁이고 있다. 안전진단 규제는 국회에서 별도 입법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정부의 정책 기조만 달라져도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원구에서는 최근 3개월 동안 5개 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다. 하계 미성(685가구)과 중계 무지개(2433가구), 중계 주공4단지(690가구), 중계 건영2차(742가구), 태릉 우성(432가구) 등이다. 또 영등포구 신길 우성3차가 최근 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소유주들에게 예비안전진단 동의서를 받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하안주공 5·7·12단지가 광명시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하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예비안전진단 신청이 늘어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예비안전진단과 민간 용역 업체가 진행하는 1차 정밀안전진단을 빨리 마쳐두고 규제 변화를 기다려보자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비업계에서는 대선 이후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로 가장 먼저 꺼내들 수 있는 정책이 안전진단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규정해 국회에서 별도 입법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기조만 변해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구조안전성 가중치는 정권에 따라 변화했다. 2006년 노무현정부에서 50%이던 것이 이명박정부에선 40%, 박근혜정부에선 20%까지 낮아졌고, 문재인정부 들어 다시 50%까지 높아졌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도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기 전에 1차 안전진단까지는 빠르게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서울 노원구 하계 장미아파트(1880가구·1989년 준공)는 지난달 5일 1차 정밀안전진단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3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이 단지는 당초 대선 이후에 나머지 안전진단 절차를 진행하자는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노원구 일대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늘어나자 방향을 바꿨다. 민간 용역 업체가 진행하는 1차 안전진단까지는 빠르게 마쳐두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하계 장미 재건축추진준비위 관계자는 "노원구에선 수십 개 단지가 동시에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치고 나가느냐가 엄청 중요하다"며 "4월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새 정부의 정책 변화에 맞춰 재건축 진도가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정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예비안전진단과 정밀안전진단은 지자체 관할이지만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이 맡아 진행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실제로 문재인정부에서는 안전진단 문턱을 크게 높이며 '재건축 시장 보릿고개'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동안 건축연한 30년이 지나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던 안전진단 평가 항목의 규제가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