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담합'에 과징금 1,350억 원 부과…업계 "과한 처분"

공정위, '담합 의혹' 5개 업체에 과징금 1,350억 원 부과
업계, 법적 대응도 검토…"시장 이해 없는 과한 처분 유감"

롯데·빙그레·해태 등 아이스크림 업계가 가격 담합 의혹으로 1,35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이에 업계는 현재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과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담합' 5개 업체에 과징금 1,350억 원 부과

어제(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 등 5개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아이스크림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의 담합 행위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1,350억 원의 과징금은 빙과류 업계에서 역대 최고액입니다. 공정위는 시장점유율이 85%에 달하는 이 5개 회사가 약 4년간 편의점, 대형 마트 등에 납품하는 가격 등을 인상해 관련 매출이 3조30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 간식인 아이스크림 담합이라는 점에서 관련 매출액에 대해 5%의 높은 부과 기준율을 적용했다"고 말했습니다.

개별 기업 과징금은 빙그레가 약 388억 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해태제과식품(245억 원), 롯데제과(245억 원), 롯데푸드(237억 원), 롯데지주(235억 원)가 뒤를 이었습니다. 공정위는 이들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소매점 입점 경쟁에 따른 납품 가격 하락을 막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할인율과 판매 가격 등 거래조건을 미리 합의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빙그레와 롯데푸드는 조사 협조 여부와 법 위반 점수 및 전력 등을 고려해 검찰 고발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법적 대응도 검토…"시장 이해 없는 과한 처분"

하지만 업계는 과도한 과징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스크림 시장은 과도한 할인 판매로 소비자 가격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납품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입니다. 해당 기간 일부 가격 및 할인율 조정이 있었지만, 생산 원가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입니다.

빙과 업체들은 편의점과 대형 마트 등에서 묶음 할인 프로모션을 상시 진행하는 등 시장 내 출혈 경쟁이 치열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구조라고 말합니다. 실제 빙그레의 지난해 영업이익(제과·빙과 포함)은 전년 대비 34.1% 급감한 약 262억 원으로 확인됐습니다. 롯데제과 영업이익(제과·빙과 포함)은 약 827억 원으로, 같은 기간 4.5% 감소했습니다. 이들은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협의가 담합으로 비쳐 아쉽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1년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것은 기업의 정상 운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빙그레는 과징금을 납부할 경우 적자로 전환됩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롯데제과는 영업이익 826억 원 중 약 480억 원, 롯데푸드는 385억 원 중 237억 원을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다른 식품 등 소비재 업계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과 할인율 조정은 시장 논리상 자연스러운 행위"라며 "특히 동종업계는 원재료와 물류·영업 환경 등 처한 시장 상황이 거의 같기 때문에 비슷한 시점과 계기로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모두 담합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 업체는 "재발 방지는 물론 향후 시장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빙그레는 공식 입장을 내고 "(공정위)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모두 소명했지만, 이런 결정이 나서 유감"이라며 "공정위 의결서 내용과 법리 등을 세밀히 검토해 법적 대응을 적극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우한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annau7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