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옆집에 직원 숙소, 정상이라면 서로 안 살려고 난리났을 것 [핫이슈]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경기도지사의 옆집을 산하 직원 숙소로 임대했다고 한다. 공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2020년 8월 이 후보의 바로 옆집을 2년간 임대했다.
공사는 원거리에 사는 직원 숙소용이라고 설명했는데, 직장 생활을 조금이라도 한 사람이라면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내놓을 것이다. 최고경영자나 오너 바로 옆집에 숙소를 구해 직원들을 살라고 한 격이기 때문이다. 그런 집에 살면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옆집에 작은 집안일이라도 있다고 하면 가서 일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노비가 된 기분이 들 것이다. 혹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거나 떠들었다면,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직원의 삶을 생각한다면 도지사의 바로 옆집에 직원 숙소를 구하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상적인 최고경영자라면 직원을 사적으로 부릴 의도가 아닌 바에야 그런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공사는 그 옆집 주인이 도지사였다는 걸 몰랐다고 하는데 납득하기 쉽지 않다. 그 옆집 주인은 공사 직원들의 명줄을 쥐고 있는 권력자다. 전세 계약 당시에도 일국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사람이다. 그런데 직원 숙소를 구했는데, 우연히 그 옆집이었다는 말을 믿으라는 건가. 적어도 중개업소는 그 옆집이 도지사 집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공사가 직원 숙소용으로 집을 구한다고 했다면 '도지사 집이 바로 옆집인데...'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게 합리적 의심이다.
다만 마른하늘에 번개가 칠 수 있듯이, 정말 우연의 일치로 도지사의 옆집을 임대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공사에서 초대형 화제가 됐을 것이다. 직원들이 생활을 하다 보면 도지사의 얼굴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다. 엘리베이터도 함께 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직원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당황했을 것이다. 절로 소문이 났을 것이고, 직원들은 서로 그 집에서 안 살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는 게 납득이 잘 안된다. 검찰이 그 집에 살았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용도가 무엇이었는지 조사한다면 진실은 금방 밝혀질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