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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창출·지역발전…ESG 투자로 年수익률 32%
입력 2022-02-17 18:18  | 수정 2022-02-17 19:26
◆ 레이더M / 대한민국 PEF열전 ⑤ 글랜우드PE ◆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2016년 한라시멘트를 인수해 2017년 매각했다. 약 1년 만에 내부수익률(IRR) 14%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엑시트) 사례를 만든 것 외에도 특기할 만한 부분이 있다.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던 하도급 업체 직원 약 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라시멘트는 글랜우드PE와 함께했던 시절 개선된 체질을 바탕으로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성장발전 유공 장관상'을 받았다.
글랜우드PE가 '사회에 기여하는 인수·합병(M&A)'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사모펀드는 단기 차익만 노리는 투기 세력이라는 부정적 선입견에 정면으로 맞선다. 2014년 설립된 이 운용사는 총 7건의 투자를 진행하는 동안 인위적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감축을 도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 대신 지속가능한 투자를 표방하며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 성장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해양에너지가 2019년 '지역산업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고, 동양매직이 2015년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되는 등 이 회사 포트폴리오 기업은 다양한 사회공헌상을 수상해왔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제고가 장기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실적에도 기여한다는 믿음에 기반한 투자 덕분이다. 이 회사의 ESG 투자 전략은 인수 단계에서부터 실행된다.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대기업에서 비핵심 계열사를 카브아웃(carve-out·특정 기업의 사업부 또는 계열사를 인수)해 거래 상대방 재무구조 개선을 보조하는 것이다. 2014년 (주)동양에서 인수한 동양매직(현 SK매직), 2018년 GS에너지에서 카브아웃한 서라벌도시가스주식회사와 해양에너지, 2020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매입한 PI첨단소재가 이 같은 예에 해당한다.
인수 후엔 신뢰할 만한 기업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동양매직의 경우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2013년 말 10.3%에서 2016년 1분기 3.0%로 대폭 낮췄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 비중은 69%에서 11%까지 떨어뜨리며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다. 물론 ESG 지표 개선은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동양매직은 주방가전 제조회사에서 렌탈 회사로 탈바꿈했다. 유통채널과 제품을 개선해 2015년과 2016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유리공업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힘을 실으며 2021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글랜우드PE가 포트폴리오 기업 매각으로 거둔 총연환산내부수익률(Gross IRR)은 31.7%다. 글랜우드PE가 대기업에서 떼내 키운 기업을 다시 대기업이 인수하려는 경우가 많았기에 높은 수익률 달성이 가능했다.
글랜우드PE는 이상호 대표, 정찬욱 부대표, 정종우 부대표 등 창업자 세 명이 이끌어가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약 2조원이다. 최근엔 소수지분 투자 부문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글랜우드크레딧(대표 이찬우)을 설립하기도 했다. 글랜우드는 지난해 9000억원 규모 2호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모금부터 하는 펀드)를 결성했으며, 이는 1호 블라인드 펀드의 2배에 달한다. 공동투자에 특화한 이 운용사 특징상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한 투자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창영 기자 / 강두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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