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여자 단체전에 출전했다가 넘어져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던 중국 피겨 스케이팅 대표팀 주이(Zhu Yi, 19)가 개인전 경기 후 올린 SNS글로 또다시 중국 네티즌들의 악플 세례를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인사이더는 주이가 올림픽 출전 후 처음으로 남긴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중국 소셜미디어 이용자들로부터 새로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이는 지난 15일에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27위로 마감했다.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실패하면서 첫번째 올림픽을 마치게 됐다.
경기 직후 주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올림픽인이다. 아무도 나에게서 그것을 빼앗을 수 없다"고 썼다.
또 "나는 수년간의 역경을 이겨내고 더 강해졌다. 지난밤 올림픽에서 마지막 스케이팅을 탔고, 그 모든 순간을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범해보이는 글이지만 맨마지막에 붙인 사족이 중국 네티즌들을 자극했다. 그는 중국어로 번역한 버전에는 "이해하는 자는 이해할 것이다"라는 문장을 추가했다. 자신들에게 악플을 쏟아낸 중국 네티즌들은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될만한 구절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또다시 주이의 인스타그램을 두고 악플을 퍼붓고 있다. 웨이보에서 '주이인스타그램', '주이인스타그램업데이트' 등의 해시태크는 4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단체전 꼴찌를 두고 한 말인가. 우리가 꾸중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불편한 것인가"라며 주이의 출국을 촉구했다. 또 "다른 소녀의 것이었어야 할 그 올림픽 경험을 누가 훔쳐갔느냐" 등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그가 중국 SNS 웨이보에는 전혀 다른 투의 글을 올린 점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주이는 웨이보에 "코치와 팀 동료, 가족, 친구들, 관객들이 저에게 이렇게 많은 따뜻함과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모두가 격려해 준 덕분에 용기가 더 생겼다"고 적었다.
중국에서 접속이 불가능한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뭇 대조가 된다.
앞서 주이는 지난 6일 열린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빙판 위에 넘어지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 주이는 참가 선수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날 웨이보에서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크는 단 몇시간 만에 2억회를 기록하는 등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다음날 열린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서도 주이는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주이는 중국 이민 가정 출신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이 때문에 중국어도 서툴다. 2018년 중국 대표로 뛰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이름도 베벌리 주에서 주이로 바꾸면서 중국 대표 선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그가 유명한 과학자인 아버지 덕분에 중국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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