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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연아 언니처럼" 6년 전 12살 유영의 꿈, 오늘 밤 이뤄질까
입력 2022-02-17 16:59  | 수정 2022-02-17 17:01
지난 2016년 MBN여성스포츠대상 수상 당시 MBN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유영(사진=MBN).
6년 전 유영 "김연아 언니처럼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 따는 게 꿈"
오늘(17일) 저녁 7시 프리 스케이팅…25명 중에 20번째로 출전

"김연아 언니처럼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 따는 게 꿈이고, 세계선수권대회 나가서 금메달 많이 따는 게 꿈이에요."

6년 전인 지난 2016년 1월 10일, 제70회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다른 언니들을 제치고 당당한 연기로 우승을 차지한 유영 선수가 밝힌 포부입니다.
지난 2016년 MBN여성스포츠대상 1월 MVP를 수상한 유영(사진=MBN).

당시 유영이 우승할 때 나이는 만 11세 8개월. '피겨 여왕' 김연아가 세웠던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인 만 12세 6개월을 무려 열 달이나 앞당겼습니다. 13년 만에 자신의 기록을 깬 후배의 우승을 흐뭇하게 지켜본 김연아는 "유영 선수가 2015년부터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제가 초등학생 때보다 더 잘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회 전 이미 10살의 나이로 한국 스포츠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유영은 이 대회에서 김연아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우고 트로피를 가져가면서 '김연아 키즈'의 선두 주자이자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피겨의 간판으로 꼽혔습니다.

2020 ISU 사대륙피겨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유영(사진=연합뉴스).

올림픽에 대한 꿈을 밝혔던 2016년 이후 6년 동안 유영은 여자 피겨의 간판 자리를 계속 지켰고, 김연아 은퇴 후 벌어졌던 세계와의 격차를 다시 좁혀왔습니다.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을 장착한 유영은 한국 여자 선수 중에서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대회에서 성공시킨 선수가 됐습니다. 2020년에는 ISU 사대륙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ISU 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고, 로잔 청소년 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 피겨 사상 최초의 청소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5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유영(사진=연합뉴스).

그리고 올해 1월 9일, 유영은 올림픽 메달을 향한 꿈에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나갈 국가대표 선발전 1, 2차전에서 합계 430.08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코로나19로 대회 출전과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도 이뤄낸 값진 성과였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15일, 첫 올림픽 무대에서 유영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70.34점으로 6위에 올랐습니다. '필살기' 트리플 악셀의 회전수를 다 채우진 못했지만, 착지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올림픽 여자 싱글 기록 중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1, 2위는 김연아의 2010년 78.50점과 2014년 74.92점.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 은메달 차지).

잠시 후 저녁 7시부터 펼쳐질 프리 스케이팅에서 유영은 다시 한 번 트리플 악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자 피겨 선수가 아직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지만, 이번에 유영이 회전수도 채우고 착지에도 성공한다면 기본 점수 8점에 1.5~2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른 연기도 안정적으로 펼친다면 더 높은 순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금지 약물을 복용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쇼트 프로그램에 이어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건다고 해도, 박탈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 유영이 프리 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순위가 올라 4위가 된다면, 대회 이후에 동메달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달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진출을 확정하고 인터뷰를 하는 유영(사진=MBN).

"어렸을 때 꿈은 아직도 남아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진출을 확정한 지난달 9일, 유영은 올림픽 진출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6년 전 김연아를 바라보며 올림픽에 대한 꿈을 키워온 12살의 소녀는 이제 당당한 한국 피겨의 간판이 됐습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6년 전 12살 소녀의 꿈, 이제 실현이 머지않았습니다.

[ 최형규 기자 / choibro@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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