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올블랙 의상을 입은 선수 한 명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웨덴 대표로 참가한 요세핀 탈예가드는 화려한 비즈장식과 흰색 줄무늬 포인트가 들어간 검은색 경기복을 입었다. 하의는 바지였다.
탈예가드는 영화 '캡틴아메리카:시빌워' 수록곡인 미샤 칠락의 노래에 맞춰 주먹을 내지르거나 발차기를 하고, 팝핀을 연상시키는 안무를 추가해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30명의 선수 중 바지를 착용한 선수는 탈예가드 한 명 뿐이었다. 탈예가드는 "음악에 잘 어울리는 의상이었고, 이런 옷을 입을 때 내가 강하고 자신감 있다고 느끼게 돼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은 선수의 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있으나, 실제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는 바지를 입은 선수를 보기 어렵다. 선수들이 연습할 때는 대부분 바지를 입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AP통신은 "클래식 음악과 함께 살랑이는 스커트, 파스텔 색상 의상, 반짝이 장식 등을 입고 경기하는 발레리나 스타일의 미학이 여전히 여자 피겨스케이팅을 지배한다"고 평가했다.
선수들이 큰 대회에서 '바지 착용'모험을 꺼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겨스케이팅은 다른 경기와 달리 심사위원이 매기는 점수로 순위가 결정된다. 셰릴 쿠키 퍼듀대 교수는 "(바지를 허용하는 규칙 변경이)반드시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문화적 기대를 바꾸지는 못한다"며 "경기를 보는 사람들, 특히 심판들은 '여성스럽게 포장된 것'이 미학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빙상 연기 종목인 아이스댄스에서는 상대적으로 바지를 입는 선수가 많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첫날 아이스댄스 경기에서 선수 23명 중 6명이 바지를 착용했다. 국제 빙상연맹에서 리듬 댄스 과제로 힙합, 디스코, 스윙, 재즈 등을 포함하는 '스트리트 댄스리듬'을 선택한 것도 선수들의 복장에 영향을 미쳤다.
파이퍼 길스 캐나다 아이스댄스 선수는 "(경기서)바지를 입어본 적이 없어 긴장했다"며 "항상 치마를 입으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쿠키 교수는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여성의 운동능력과 신체에 대한 일종의 문화적인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오늘날의 스포츠는 성별의 차이가 허용되고 높게 인정받는 마지막 분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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