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도, 치료를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한 상황이죠"
시각장애인 최모 씨(42)는 최근 자가진단 키트로 혼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려다 실패했다.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는 약국을 일일이 찾아 키트를 구매하는 것부터, 키트를 사용해 검사하는 일까지 혼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활동 지원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에야 검사가 가능했다"며 "검사 과정에서 감염될 위험이 있어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 속에서 생활방역체계로 방역체계가 전환되면서 장애인들은 이전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방법뿐 아니라 치료를 받는 과정까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기존 방역체계 하에서는 선별진료소에 방문하기만 하면 누구든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자가진단을 먼저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이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혼자서 사용하기는 어렵다. 검사를 위해서는 검체가 담긴 시약을 검사용 디바이스에 떨어뜨려야 하는데, 시약을 떨어뜨리는 검체 점적 부분이 굉장히 작아 검체 추출액을 정확히 넣기가 쉽지 않다. 검사 과정에서 검체가 담기지 않거나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검체를 제대로 넣었다고 해도 시각장애인의 경우 검사 결과 자체를 볼 수도 없다.
시각장애인 김모씨(28)는 "장애인들은 혼자서 자가진단 키트를 사용할 수 없다"며 "사용 방식 자체가 장애인들이 혼자서 쓸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검사뿐 아니라 자가 진료도 어렵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재택치료 체계는 환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나누는데, 장애인은 일반관리군에 포함된다. 확진이 될 경우 스스로 건강 상태를 관찰하다 증상이 생기면 인근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는 '셀프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약을 먹고, 어느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일반인보다 제한되다보니 치료가 힘든 실정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증상이 발현돼 입원 치료를 받았던 장애인 정모씨(29)는 "치료받을 수 있는 병동이 부족해 전화를 여러 곳에 돌리고 장애인임을 강조한 뒤에야 입원을 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자가진단 키트를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다. 자가진단 키트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일반인처럼 어플을 활용해 약국 재고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위험군이면 보건소에서 자가진단 키트를 따로 제공하지만 이 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최 씨는 "가족이 있는 장애인은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혼자 사는 장애인은 활동 지원사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독거 노인과 다를 바 없는데 고위험군으로 지정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감염 위험 속 활동 지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부담스럽다보니 사회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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