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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뛰는데도 '이자' 감당 안되네"…'째깍째깍' 개인파산 폭증 우려↑
입력 2022-02-17 06:02 
지난달 6일 저녁 9시 서울 신당동 백학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발하며 점등시위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식당을 운영하는 A(62)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임대료와 인건비, 식재료비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출은 없는데 비용만 매달 수 백만원씩 꼬박꼬박 빠져나가다 보니 은행권과 캐피탈,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대출 이자만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손님이 없는 날 밤에는 식당 불을 끄고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도 해보지만 이자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이달까지만 버텨보고 '파산 신청'을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개인 파산 건수가 5년 새 최다치를 기록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파산이 본격화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은행권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다음달 종료되면, 개인은 물론 법인까지 파산 신청이 폭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의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1만 873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파산 신청 건수는 1만 683건으로 2019년(9383건) 대비 약 80% 급증하면서 1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은퇴 후 개인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큰 60세 이상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이들 중 60대 이상 고령자 수가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됐다. 권성동 의원실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3~2021년 전국에서 개인파산을 신청한 60대는 1만 3680명, 70세 이상은 355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빚어졌던 경기 불황기에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던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다치다. 반면 20대 828명, 30대 3297명, 40대 1만 552명, 50대 1만 6423명 등 20~50대의 개인 파산 신청인은 전년에 비해 소폭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근로 능력이 없고 정부의 대출 연장, 은행권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의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한 취약계층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60대 이상 고령층을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만기 연장 등을 지원해준 것처럼 경제적 약자인 고령층을 위한 보호 대책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대출 연장, 원리금 유예 조치가 끝난 후부터 개인과 법인을 가리지 않고 파산·회생 신청이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 경기가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동안 대출로 버텨 온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파산이나 개인회생 신청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면서 "오는 4월께에는 파산과 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과 개인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은행권의 대출금 상환유예 연장 조치 보다는 기업들의 재창업과 재기를 위해 파산과 회생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3월부터 6개월을 주기로 실시한 대출 연장, 원리금 유예 조치는 다음달 말 종료된다.
이와 관련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는 오는 3월 말 종료를 원칙으로 하되, 종료 시점까지 코로나19 방역 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만기를 연장해준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39조4494억원에 달한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정부의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추가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중기중앙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줄고 중소기업 대출 금액은 급증하는 등 고용 위축과 경영 여건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중기중앙회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대출 증가율이 급증하고 있다"며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된다면 대부분 업종에서 DSR(원리금 상환 비율) 상승에 따라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다수의 한계기업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중기중앙회는 대출만기 추가 연장과 함께 유동성 지원을 위한 상환청구권 없는 매출채권 팩토링 확대, 저금리 대환대출, 취약차주 대상 이자 채무 면제, 정책금융 추가 공급 등의 금융 정책 마련 등도 건의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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