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무원 합격해 좋아했는데"…'입사 한달 차' 9급 공무원 극단선택
입력 2022-02-16 21:02 
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 없음./[사진 출처= 연합 뉴스]

입사한 지 한달 된 새내기 9급 공무원이 "업무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메모 형식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16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9급 시보 공무원인 A씨(27)는 전날 오전 7시 30분께 전주시 덕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출근 시간이 다 됐는데도 일어나지 않자 방에 들어간 어머니에 의해 목격됐다.
A씨의 휴대전화에는 "엄마, 아빠, 동생아 미안해. 나 진짜 못 버티겠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유서가 담겨 있었다.
A씨는 유서에 "온종일 업무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다"면서 "직장 그만두는 것보다 그냥 혼자 이렇게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속도 쓰리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공무원 됐다고 좋아했는데 미안해. 나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라고 적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전주시청에 출근하기 시작한 A씨는 정식으로 임용되기 전인 시보 공무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보는 임용 전에 공직자 적격성과 자질을 검증받기 위해 일정 기간 근무하는 공무원 신분을 말한다.
유족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A씨가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는 것이다. A씨는 평소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런 상황을 얘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시청이 우리 애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면서 "이제 막 발령받아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애가 밤 11시, 12시까지 야근하고 주말에 쉬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가) 동생과 친구들에게 자주 힘들다고 말했고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다음 날 일어나기도 싫다'고 한탄했다"며 "이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죽음"이라고 호소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 담당 부서장과 팀장을 불러 조사했는데, (고인이) 평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제 막 유서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유족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필요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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