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 손'으로 불리는 연기금이 대량 매수했던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인해 한달새 3000억원 이상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LG엔솔 2조492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연기금은 삼성전자 4974억원 가장 많이 순매도했고, 우리금융지주를 2673억원 팔았다. 이 밖에 SK하이닉스(1706억원), 기아(1250억원), 삼성SDI(1005억원) 순으로 매도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LG엔솔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연기금의 수익률은 13% 가까이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최근 한달간 LG엔솔 상장 이후 연기금은 평균 12.81%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면 당장 3192억 2225만원을 잃은 셈이다.
공모 청약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렸던 LG엔솔이 증시 데뷔 후에는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에는 '따상'에 실패했고, '따'를 기록하며 장중 59만8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재 LG엔솔은 상장일의 최고가를 경신하지 못한 채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공모가(30만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고가와 비교하면 이날 종가 기준 11거래일 사이 24%가 밀렸다.
각종 지수 편입 호재에도 불구하고 LG엔솔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LG엔솔은 지난 8일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17조8519억원, 영업이익 7685억원, 영업이익률 4.3%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에 따른 공급 차질과 각종 메탈 등 원재료 가격 인상, 리콜 물량 생산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 등 이익률 하회 요인이 컸다.
전날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글로벌 배터리 업체 CATL과 비교해보면, 중장기적으로는 LG엔솔이 더 유리할 것이란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는 원재료 비용 및 물류 비용과 반도체 이슈, GM리콜 대응으로 부진하겠으나 하반기부터 개선이 전망된다"며 "또 2023년부터는 미국 공장 가동 및 원통형 수요 고성장으로 본격적 도약기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CATL 주가 급락은 과연 CATL이 중국 이외 지역에서 의미 있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확실성이 배경인데, 오히려 LG엔솔은 미국 고성장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며 "시장 지배력 높일 수 있는 시기가 멀지 않았고, CATL 대비 프리미엄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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