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하며 배포한 보도자료에 여성 혐오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사법'이란 제목의 사법 분야 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가 함께 제공한 보도 참고자료의 '공수처·경찰 개혁' 파트에는 '오또케'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해당 자료에는 "2021년 11월 15일 인천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주민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 현장에서 무장 경찰관이 도망가고 결국 피해자가 흉기에 찔려 중태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며 "위 사건 발생 전에도 경찰관이 '오또케' 하면서 사건 현장에서 범죄를 외면했다는 비난도 있다"고 쓰여 있다.
오또케는 여성이 급한 상황에 대처하지 않고 '어떻게 해'만 반복한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조롱조로 쓰이는 용어다. 주로 여성 경찰관이 범죄 현장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고 비하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앞서 윤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녀차별 문제 등을 두고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대선후보가 배포하는 공약 자료에 여성 혐오 표현이 불필요하게 쓰인 것도 문제지만 윤 후보의 이야기대로라면 개인의 문제인 것을 공약집에 굳이 적시하면서 여성 경찰관의 문제 전체로 확대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나아가 사법 개혁 분야가 검사 출신 윤 후보의 전문 분야라는 점에서 공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꼼꼼히 다 살핀 것으로 파악됐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15일 오후 "어제 발표한 사법개혁 보도자료 중 '오또케'라는 단어가 포함된 데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며 "자료에서 해당 단어를 즉시 삭제하고 책임자를 해촉했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를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로 인해 정책본부 공정법치분과위원장 자리에서 해촉됐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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