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이 심해지며 특수가스 공급 차질 우려에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조정을 받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심각해진 지난 10일부터 14일(현지시간)까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약 7.76% 하락했다. 같은 기간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도 약 9.13% 조정을 받았고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주가는 13.98% 하락했다.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가 조정을 받은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희귀 가스를 공급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스 공급이 막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웰스파고의 애런 레이커스 연구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사용하는 네온 가스와 팔라디움 가스를 각각 90%, 35% 생산하고 있다. 레이커스 연구원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침공했을 때 네온가스 가격이 600% 폭등한 적이 있다"며 "네온 가스는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만큼 침공이 본격화되면 웨이퍼 가격을 높이고 반도체 부족 현상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터 리 씨티은행 연구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반도체 생산용 레이저에 필요한 특수가스 공급을 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반도체 기업들은 통상 비축하는 4주치 가스보다 많은 6~8주치 가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단 이 가스 공급은 우크라이나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지역 내 군사행동은 반도체 생산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일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대규모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열흘간 맞불 훈련을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이 최정예부대인 82공수사단 병력 3000명을 폴란드에 추가 파병하기로 결정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크게 고조됐다. 그 결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가 약 4.82% 하락하는 등 뉴욕 증시도 크게 영향받았다.
단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같은 기간 오히려 소폭 반등했다. 경쟁사인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키옥시아가 공동 운영하는 낸드플래시 공장이 재료 오염 문제로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현재 이 문제로 최소 6.5EB(엑사바이트·1엑사바이트는 약 10억GB) 규모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WD와 키옥시아의 공장 생산이 감소하며 메모리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로 인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받으며 주가가 소폭 반등했다.
[이종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