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파열전까지 증상없고 환자의 50%가 병원도착 전 사망하는 이 질병은?
입력 2022-02-15 09:56 
복부대동맥류 환자의 3D CT 사진

65세 남성 김씨는 갑작스럽게 복부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응급실을 찾았다. 복부 CT검사 결과 복부대동맥류가 6.5cm까지 부풀어 올랐다가 압력을 못 견디고 파열되어 즉시 응급수술을 받았다.
'복부대동맥류'는 뱃속 가장 굵은 혈관인 '복부대동맥'이 여러 가지 이유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혈관이 계속 부풀다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터지게 되는데, 전체 환자 중 약 50%가 병원 도착 전 사망할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복부대동맥류는 흉부대동맥류보다 9배 더 잘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복부대동맥류는 혈관이 상당히 늘어났음에도 터지기 전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증상이 있는 경우 배에서 펄떡펄떡 뛰는 덩어리 '박동성 종괴'가 만져지거나, 배나 허리에 통증과 불편감이 느껴질 수 있다.
복부대동맥류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주요 위험 인자는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유전적 질환과 외상, 선천적 기형과 감염 등이다. 주로 50대 이후에 진행되기 시작하며 우리나라 60대 인구 중 1~5%가 이미 작은 복부대동맥류를 갖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5~6배 더 잘 생기며, 흡연은 발병 위험률을 3~6배 높인다고 알려졌다.

정상적인 복부대동맥의 지름은 2cm이며, 혈관 지름이 5~5.5cm 이상 늘어나면 파열 위험이 커지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치료 방법은 혈관 및 대동맥류의 모양, 환자의 전신 상태, 재발 및 합병증 가능성 등에 따라 수술과 시술 중 적합한 방법을 결정한다. 환자가 개복수술 후 잘 회복할 수 있는 상태라면 동맥류를 제거하고 인조혈관으로 바꿔주는 '대동맥 치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5~6시간 소요되며 대동맥류 자체를 제거하기 때문에 재발로 인한 재시술이나 재수술 가능성이 시술보다 낮은 게 장점이다.
'스텐트삽입술'은 동맥류를 제거하지 않고 대동맥 안에 관을 넣어 동맥류 안쪽에 피가 차지 않도록 하는 시술이다. 동맥류 위나 아랫부분의 정상 대동맥에 스텐트가 잘 고정되어야 성공적인 시술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대동맥류의 해부학적 모양에 따라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보통 전신마취 없이 1~2시간이 소요되고, 개복이 필요없어 통증과 합병증이 적다.
복부대동맥류를 예방하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과 함께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기름진 식단도 고지혈증, 고혈압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복부대동맥류를 발견했다면 크기가 작더라도 주기적인 검진으로 크기 변화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외과 최얼 교수는 "복부대동맥류는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크기가 작을 때 치료하면 치료 후 합병증을 줄일 수 있으므로 고지혈증, 고혈압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 특히 흡연 경력이 있는 60~70대 남성은 건강검진 시 복부 초음파나 CT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또 복부대동맥이 파열되면 갑작스러운 복부·허리 통증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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