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독] 투기재발 우려에…소규모 재개발도 조합 결성후엔 집 못판다
입력 2022-02-09 17:42 
서울의 대표적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지역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 전경. [매경DB]
올해 8월부터는 서울을 비롯해 소규모 재개발이 추진되는 지역에서 조합이 설립된 후에는 집을 팔지 못할 전망이다. 민간 재건축처럼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조합이 만들어지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정부 규제 등 이유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자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투기로 변질될 위험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오세훈표 재개발'로 불리는 모아타운 등이 소규모 재개발을 근거로 하는데 규제가 추가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3일 공포됐다.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8월 4일)부터 시행돼, 이날 이후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하는 소규모 재개발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적용 대상이 된다. 일정 기간 이상 소유·거주기간을 채운 1가구 1주택자가 아니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는데, 해당 기간은 시행령으로 곧 정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민간 재건축 예외 조건(10년 보유·5년 거주)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크게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개발, 소규모 재건축으로 나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와 붙어 있는 노후 저층 주거지의 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소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면적 1만㎡ 미만, 주택 20가구 이상, 주변이 도로로 둘러싸인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그동안 소규모 재건축을 제외하면 이들 정비사업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규정이 따로 없었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기존 재개발·재건축사업보다 조합원이 적은 데다 정비사업 절차도 간소화돼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업성이 낮다는 점 등을 이유로 도입 초기에는 관심이 없다가 이번 정부 들어 추진하는 곳이 급증했다. 정부 규제가 대형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집중되면서 '틈새 효과'를 봤던 것이다. 대규모 정비시장이 얼어붙어 일감이 떨어진 건설사들이 소규모 정비사업에 적극 뛰어들면서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실제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입 초기인 2016년에는 서울에서 사업장이 7개에 불과했으나 2018년 16개, 2019년 51개, 2020년 78개, 2021년 126개로 매년 급증세다. 서울 지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은 정비구역 지정, 안전진단 등 기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며 "정부도 최근 소규모 정비사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라 관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비업계에선 소규모 재개발까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될 경우 사업성에 큰 타격을 줄 것을 우려했다. 아파트 재건축도 2017년 8·2대책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돼 사업 추진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합원 중 분담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시가에 매물을 팔고 나갔는데, 지위 양도 제한 때문에 팔지를 못하면서 조합 집행부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정비사업은 일반 정비사업보다 부동산 경기, 입지, 교통 등 외부환경에 더 취약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최근 '오세훈표 재개발'이라 불리는 모아타운 등도 소규모 재개발을 근거로 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가 소규모 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활성화하기 전에 투기 수요가 붙는 걸 막으려고 이번 규제를 추가한 듯하다"면서도 "모든 정비사업에 일률적인 규제를 들이대면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용어 설명>
▷소규모 재개발 : 면적 5000㎡ 미만 지역을 대상으로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을 정비하는 사업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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