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태양광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4년 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저가 태양광 셀·모듈의 미국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2018년 1월 전격 발표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받아 총 8년간 적용하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무역을 훼손한다며 즉각 반발하는 가운데 이러한 미중 통상 갈등의 유탄을 맞은 한국산 태양광 제품도 계속 관세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7일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수입산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해 미 통상법 201조에 근거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4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미국에 진출한 한화큐셀과 LG전자를 포함한 태양광 업계 청원에 따라 조사에 착수해 ‘세이프가드 조치 연장이 필요하다'고 작년 12월 만장일치로 판단했고, 해당 조치 만료 직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받아들였다.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저가 태양광 수입으로 인한 미국 산업 피해와 출혈경쟁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조속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미국 자체 공급망을 확충해서 태양광 발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품목 수입 급증으로 미국 산업·기업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관세 인상 및 수입물량을 제한할 수 있도록 1974년 제정된 무역장벽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월 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하면서 태양광 셀에 대한 무관세 쿼터량을 2.5GW로 설정해놓고 초과하는 수입물량 관세율을 30%(1년차), 25%(2년차), 20%(3년차), 15%(4년차) 등으로 기간별 차등적용했다. 또 모듈에 대해서는 쿼터없이 태양광 셀과 동일한 연도별 관세율을 매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이프가드 4년 연장을 결정하면서 미국 산업 실정에 맞춰 소폭 변화를 줬다. 저율관세할당(TRQ)을 적용한 태양광 셀 무관세 쿼터량을 기존 2.5GW에서 5GW로 높이고 초과분에 대해 관세율을 매년 인하하기로 했다. 태양광 모듈 관세율 변화는 없지만, 양면패널의 경우 세이프가드 조치에서 제외했다. 4년간 적용될 최종 관세율은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태양광 수입제한 조치에 대해 "미국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국제 무역질서를 훼손한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한국에서 생산된 태양광 제품도 미국에 수출시 계속 관세를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국산 태양광 셀 수입규모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브가드 조치 첫 해인 2018년 9500만달러에서 2020년 3억1200만달러로 회복되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산 모듈 수입규모는 2억3600만달러에서 6억9000만달러로 늘어났지만 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 태양광 수입 증가규모에 크게 밀렸다. 한국 모듈의 미국내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형국이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