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러다 상장폐지되는 거 아니겠지…잠 못 이루는 30만 개미
입력 2022-02-08 13:38  | 수정 2022-02-09 14:08
신라젠 주주들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주식 거래 재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상장폐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코오롱티슈진, 오스템임플란트, 신라젠, 쌍용자동차 등에 투자한 개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장폐지 결정이 쉽지 않은 조치인 만큼 금융당국이 심사를 미루거나 자료 검토에 주력하는 등 장고에 들어가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도 계속될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 결과 추가 자료를 받아 재심사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신약 '인보사케이주'의 성분 논란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서 2019년 5월 이후 3년 가까이 주권 매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스닥시장위가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부여한 개선 기간이 지난해 12월 종료돼 지난달 마지막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거래소는 지난달에도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결정을 연기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무담당자가 2215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올해 들어 주식 거래가 중지됐다. 당초 거래소는 지난달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인지 아닌지 결론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최종 판단을 오는 17일로 미뤘다. 이때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지 않으면 다음 날인 18일부터 주식 거래가 재개된다. 반대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거래소는 한 달 안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유지, 상장폐지, 개선 기간 부여 중 하나를 선택한다.
대규모 횡령 사건이 일어난 오스템임플란트의 피해주주들이 회사·경영진·임원·대주주·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사진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왼쪽)가 지난 1월 26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라젠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기심위는 지난달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소기의 개선계획 중 이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신약 파이프라인 축소로 영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신라젠은 최대주주 교체, 자본금 확보, 연구개발부문 정상화 등 증권시장 퇴출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신라젠은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2020년 5월부터 주식을 사고팔 수 없는 상태였다. 거래소는 오는 18일까지 시장위를 개최해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날 상장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신라젠이 이의신청을 통해 시장위에 재심의를 요구할 기회가 있어, 주주들은 오랜 시간 더 인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에서도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져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면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제48조에 의거하면 상장폐지 기준이 된다. 앞서 쌍용차는 2020년도 재무제표와 관련해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 의견 거절로 오는 4월 14일까지 개선 기간이 부여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거래소는 쌍용차에게 2021년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까지 잠식 사유 해소 사실을 입증할 것을 지시했다.
이처럼 운명의 날을 앞둔 소액주주의 숫자는 30만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코오롱티슈진 6만4332명, 오스템임플란트 1만9856명, 신라젠 16만5680명, 쌍용차 4만8381명 등 총 29만8249명으로 집계됐다.
긴 다툼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 주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오랫동안 주식 거래가 막히면서 자금이 묶인 데다가, 상장폐지가 되면 대부분의 투자자가 정리매매 기간에 주식을 헐값 처분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손실을 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시위와 소송에 나서고 있다. 신라젠 주주들은 지난달 한국거래소 앞에서 거래재개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주들은 오스템임플란트와 최규옥 회장, 경영진,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금융당국도 피해주주들의 호소에 대응하고 있다. 상장폐지 결정 기간을 줄여나가기 위해 불필요한 절차를 간결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기업이 다시 영업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투자자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바이오기업의 특성상 임상 결과를 기다리는 등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사례를 반영해 불필요한 절차를 단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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