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10대 학생들에게 디스코를 가르친 30대 여성 무용교사가 당국에 체포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7일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무용강사를 하는 A씨가 설 명절께 당국의 단속에 적발됐다.
최근 북한은 한국영화 시청자, 외국 문화 유포자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 소식통은 "보통 설명절 날이면 단속이 뜸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한국 영화를 보고나 외국 노래를 틀어 놓고 춤을 춘다"며 "최근 북한 당국은 명절로 인해 경계심이 풀어진 주민들을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김정숙1고급중학교가 있는 평성시 양지동에서 10대 학생들 6명에게 디스코를 가르쳐주던 30대 여성 강사가 단속반에 적발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소식통은 "단속반은 강사 A씨와 현장에 있던 학생들을 모두 끌고 갔다"고 덧붙였다.
평성의 지인과의 통화에서 들었다는 또 다른 소식통은 "A씨는 평성예술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뒤 몇 년전 이곳에 있는 학교 교사로 부임했지만 북한 돈 3000원 정도의 월급으로 살기가 어려워 무허가 무용학원을 몰래 운영하며 생계를 해결해 왔다"고 전했다.
이 무허가 학원 수강생들은 한국이나 미국 등에서 유행하는 춤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춤 강습은 A씨 자택에서 10대 학생을 대상으로 주 2회, 한번에 1~2시간 동안 진행했으며 강습비는 시간당 10달러였다.
A씨가 단속반에 걸린 것은 도당 간부 손녀의 실토 때문이다. 한국 영화를 저장해 놓은 SD카드가 발각되자 손녀가 구입 경로와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A씨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소식통은 "단속반은 A씨 집 주변에서 사복 차림으로 잠복해 있다가 학생들이 A씨 자택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현장을 덮쳤다"며 "붙잡힌 학생들의 부모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강하게 처벌하라는 지시 때문에 노동교화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RFA는 그러면서 지난해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밀반입한 주민이 사형을 선고받았고, 영상을 구입한 학생은 무기징역, 영상을 돌려본 학생들은 노동교화형 5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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